“미안함이 정말 큽니다.”
10분의 짧은 인터뷰. 박경수(36·KT 위즈)는 미안하다는 말을 정확히 24번 했다. 어떤 질문을 던져도 사과가 돌아왔다. 프로 데뷔 18년만의 첫 포스트시즌(PS) 무대를 눈앞에 둔 감격, 중요한 시기에 부상으로 빠진 것에 대한 자책, 공백을 최소화하며 자리를 채워준 후배들에 대한 고마움까지…. 이 모든 복잡한 심경을 미안하다는 진심으로 대신했다.
KT가 창단 첫 PS를 확정한 22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박경수는 그 자리에 없었다. 7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우측 햄스트링 근육이 5㎝ 가량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박경수는 팀이 PS 경쟁 중일 때 빠진 게 미안해 1군 동행을 자처했다.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선수단의 중심 역할을 그대로 해냈다.
KT의 PS 진출 확정 후 연락이 닿은 박경수는 “만감이 교차했다. 누군가에겐 흔한 가을야구일 수 있겠지만 KT와 나에겐…, 큰 의미고 한 획을 그은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텔레비전으로 두산전 중계를 지켜본 박경수는 “TV에 ‘KT 창단 첫 PS 진출’이라는 자막이 뜨는데 그걸 사진으로 못 남겼다. 그것도 너무 미안하다”고 본격적인 반성(?)을 시작했다.
“모든 선수들이 고맙지만 (배)정대, (심)우준이, (주)권이, (문)상철이, (김)민혁이 모두 2015년부터 함께 한 멤버들이다. 이들은 특히 고생을 많이 했다. 상대 팀이 우리랑 경기해서 승수 올리고 싶어 하던 그런 굴욕을 겪고 같이 성장했다. 우리가 이만큼 성장했다는 자체가 정말 기분 좋다. 그래서 같이 함께 하지 못한 내가 너무 죄스럽고 미안했다.”
키스톤 콤비 심우준은 물론 ‘캡틴’ 유한준 등은 인터뷰 때마다 박경수가 돌아올 때까지 버티겠다고 입을 모은다. 남은 이들이 잠시 떠난 이를 위하는 지름길은 성적이다. KT는 박경수의 이탈 후에도 강민국, 박승욱이 그 공백을 잘 메워주고 있다. 박경수는 “그 친구들이 ‘선배, 괜찮아요?’라고 정말 매일 같이 연락한다. (강)민국이는 또 안타 칠 때마다 세리머니를 해준다.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정말 고맙고 미안하다. 그들을 보면서 복귀를 서둘러야겠다고 다짐한다”고 밝혔다. 박경수의 말처럼 강민국은 안타를 칠 때마다 헬멧에 적은 박경수의 이니셜을 터치한다. 선배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다.
복귀는 예상보다 빨랐다. 홈 최종전인 25일 수원 롯데 자이언츠전에 앞서 콜업된 것. 주루는 힘들지만 한 타석 소화는 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 여기에 그동안 고생한 박경수가 홈 팬들 앞에서 PS 출정식을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이 감독의 의중도 더해져 나온 결과다. 비록 7회말 대타로 나서 뜬공에 그쳤지만 이 결과는 크게 중요치 않다. 박경수의 첫 가을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타격감은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다. 아프지 않은 게 가장 큰 수확이다.
당초 박경수는 인터뷰를 정중히 고사했다. PS 확정의 순간 그라운드에 없던 선수가 전면에 나서 이야기한다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이유였다. 자신보다는 후배들이 주목받는 그림을 원했다. 그런 박경수가 입을 연 이유는 오직 팬이다. “팬들이 박경수의 이야기를 듣고 싶을 것”이라는 말에 신중히 이야기를 꺼냈다. 25일 PS 출정식에서도 박경수는 환한 얼굴로 함께했다. 지금 박경수는 그토록 소중한 팬들과 함께 만드는 가을의 반전을 준비하고 있다.
수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10분의 짧은 인터뷰. 박경수(36·KT 위즈)는 미안하다는 말을 정확히 24번 했다. 어떤 질문을 던져도 사과가 돌아왔다. 프로 데뷔 18년만의 첫 포스트시즌(PS) 무대를 눈앞에 둔 감격, 중요한 시기에 부상으로 빠진 것에 대한 자책, 공백을 최소화하며 자리를 채워준 후배들에 대한 고마움까지…. 이 모든 복잡한 심경을 미안하다는 진심으로 대신했다.
승수 자판기에서 가을무대까지… 훌쩍 자란 KT
KT가 창단 첫 PS를 확정한 22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박경수는 그 자리에 없었다. 7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우측 햄스트링 근육이 5㎝ 가량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박경수는 팀이 PS 경쟁 중일 때 빠진 게 미안해 1군 동행을 자처했다.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선수단의 중심 역할을 그대로 해냈다.
KT의 PS 진출 확정 후 연락이 닿은 박경수는 “만감이 교차했다. 누군가에겐 흔한 가을야구일 수 있겠지만 KT와 나에겐…, 큰 의미고 한 획을 그은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텔레비전으로 두산전 중계를 지켜본 박경수는 “TV에 ‘KT 창단 첫 PS 진출’이라는 자막이 뜨는데 그걸 사진으로 못 남겼다. 그것도 너무 미안하다”고 본격적인 반성(?)을 시작했다.
“모든 선수들이 고맙지만 (배)정대, (심)우준이, (주)권이, (문)상철이, (김)민혁이 모두 2015년부터 함께 한 멤버들이다. 이들은 특히 고생을 많이 했다. 상대 팀이 우리랑 경기해서 승수 올리고 싶어 하던 그런 굴욕을 겪고 같이 성장했다. 우리가 이만큼 성장했다는 자체가 정말 기분 좋다. 그래서 같이 함께 하지 못한 내가 너무 죄스럽고 미안했다.”
키스톤 콤비 심우준은 물론 ‘캡틴’ 유한준 등은 인터뷰 때마다 박경수가 돌아올 때까지 버티겠다고 입을 모은다. 남은 이들이 잠시 떠난 이를 위하는 지름길은 성적이다. KT는 박경수의 이탈 후에도 강민국, 박승욱이 그 공백을 잘 메워주고 있다. 박경수는 “그 친구들이 ‘선배, 괜찮아요?’라고 정말 매일 같이 연락한다. (강)민국이는 또 안타 칠 때마다 세리머니를 해준다.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정말 고맙고 미안하다. 그들을 보면서 복귀를 서둘러야겠다고 다짐한다”고 밝혔다. 박경수의 말처럼 강민국은 안타를 칠 때마다 헬멧에 적은 박경수의 이니셜을 터치한다. 선배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다.
고사하던 인터뷰, 입을 연 이유는 ‘KT 팬’
복귀는 예상보다 빨랐다. 홈 최종전인 25일 수원 롯데 자이언츠전에 앞서 콜업된 것. 주루는 힘들지만 한 타석 소화는 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 여기에 그동안 고생한 박경수가 홈 팬들 앞에서 PS 출정식을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이 감독의 의중도 더해져 나온 결과다. 비록 7회말 대타로 나서 뜬공에 그쳤지만 이 결과는 크게 중요치 않다. 박경수의 첫 가을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타격감은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다. 아프지 않은 게 가장 큰 수확이다.
당초 박경수는 인터뷰를 정중히 고사했다. PS 확정의 순간 그라운드에 없던 선수가 전면에 나서 이야기한다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이유였다. 자신보다는 후배들이 주목받는 그림을 원했다. 그런 박경수가 입을 연 이유는 오직 팬이다. “팬들이 박경수의 이야기를 듣고 싶을 것”이라는 말에 신중히 이야기를 꺼냈다. 25일 PS 출정식에서도 박경수는 환한 얼굴로 함께했다. 지금 박경수는 그토록 소중한 팬들과 함께 만드는 가을의 반전을 준비하고 있다.
수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