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유희관. 스포츠동아DB
두산 베어스 유희관(34)은 컨트롤 아티스트로 통한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30㎞대 초반으로 매우 느린 편이지만, 완벽에 가까운 컨트롤과 커맨드를 앞세워 상대 타자를 제압한다. 2013시즌부터 지난해까지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낸 비결이기도 하다.
업그레이드 요소가 많지 않아 한계가 극명하다는 평가가 나올 때도 투구 템포와 완급을 조절해 어려움을 잘 극복해왔다. 2018시즌 10승10패, 평균자책점(ERA) 6.70의 부진을 겪은 뒤 2019시즌 11승8패, ERA 3.25로 반등한 것이 좋은 예다. 김태형 감독 부임 첫해인 2015시즌부터 두산은 늘 강력한 선발진을 자랑했는데, 유희관은 꾸준히 로테이션을 돌며 팀에 엄청난 힘을 불어넣었다.
올해 두산 마운드의 사정은 크게 달라졌다. 김 감독이 애초 구상했던 선발진 운용 계획이 어긋났다. 이용찬은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아 시즌을 일찌감치 마감했고, 크리스 플렉센도 발등 골절상으로 2개월간 자리를 비웠다. 이영하는 지금 마무리를 맡고 있다. 유희관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했다.
그러나 유희관도 부상이 아닌 부진 탓에 2주간 전열을 벗어났다. 순위경쟁이 한창이던 9월 4일부터 이달 1일까지 5경기에서 4패, ERA 9.00(17이닝 17자책점)으로 무너진 뒤였다. 8년 연속 10승의 금자탑도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꾸준함이 무기인 그가 부진 때문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것은 본인에게도 꽤나 충격적인 일이었다. 스스로도 “2군에서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정신적인 측면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다행히 2주간의 조정기를 거친 뒤 15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으로 복귀해 9승째를 따내는 등 최근 2경기에선 11이닝 3자책점(ERA 2.45)으로 흐름이 좋다. 삼진 7개를 엮어내며 볼넷은 단 한 개도 내주지 않은 안정감 또한 돋보인다.
무엇보다 직구의 무브먼트가 살아나면서 그만큼 자신감이 커졌다. 최근 2경기에서 유희관의 직구 평균 구속은 131㎞로 올 시즌 평균(129㎞)을 웃돈다. 2㎞의 구속 증가도 의미 있지만, 볼 끝의 움직임이 향상돼 타자들이 힘 있는 타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직구 구사율이 38.7%인데, 복귀 후에는 50.6%(15일 한화전)~46.8%(22일 잠실 KT 위즈전)였다. 그만큼 직구 구사에 자신감이 커졌다는 증거다.
유희관은 2주간의 휴식이 직구 무브먼트 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휴식의 영향이 큰 것 같다”며 “꾸준함도 좋지만, 한 번씩 쉬다 보면 확실히 힘이 붙는다. 팔 스윙이 빨라지고 공 끝도 좋아진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8년 연속 10승의 기회 역시 여전히 남아있다. 복귀 후 첫 등판에서 9승째를 따낸 덕분이다. 팀이 순위상승을 위해 고삐를 바짝 조인 가운데 유희관이 10승을 거둔다면, 일거양득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스스로는 “(10승은) 내려놓았었다”면서도 “언제 나갈지 모르겠지만, 나는 팀에 도움이 되는 한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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