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이대성. 스포츠동아DB
농구에서 수비의 기본은 맨투맨(1대1 수비)이다. 지역방어는 경기 도중 간헐적으로 전개되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올 시즌에는 지역방어의 비중을 높이는 팀이 부쩍 늘었다. 한 쿼터 내내 지역방어만 펼치는 경우도 흔하다. 마치 유행처럼 지역방어가 번졌다.
여기에는 개인 역량이 좋은 국내 가드들의 활약이 영향을 미쳤다. 올 시즌에는 김선형(서울 SK), 이대성(고양 오리온), 허훈(부산 KT), 김낙현(인천 전자랜드), 변준형(안양 KGC) 등 토종 가드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이들은 모두 팀 동료를 이용한 2대2 플레이에도 능해 공격 기회를 파생시킬 수도 있다. 각 팀은 1차적으로 이들의 공격을 막기 위해 지역방어를 선택하고 있다.
전주 KCC 전창진 감독은 “모든 팀이 2대2 공격을 기본으로 가져가고 있다. 우리 팀 2대2 수비가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지역방어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원주 DB 이상범 감독은 “상대 앞 선(가드)의 활동반경이 넓어지는 것을 제어하기 위해 지역방어를 쓰고 있다. 단, 지역방어는 상대에게 공격리바운드를 내준다는 약점이 있다. 그래서 높이가 있는 (김)종규가 뛸 때만 지역방어를 쓴다”고 설명했다.
지역방어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팬들에게는 경기를 ‘보는 재미’가 다소 떨어졌다. A구단 관계자는 “존(지역방어)이 유행하면서 가드들의 2대2나 개인돌파 장면이 확 줄었다. 이를 깨기 위해 볼을 돌리다보니 공격시간이 지체되기 마련이다. 팬들 입장에선 1라운드 초반에 비해 경기가 재미없어졌다고 느낄 수도 있다”고 말했다. B구단 전력분석원은 “이기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SK-오리온 경기(6일)만 봐도 나온다. SK는 존을 많이 하는 팀인데 그날은 계속 맨투맨을 하더라. 이대성 수비를 위해 안영준, 최준용, 김선형, 최성원, 양우섭을 번갈아 붙였는데 다 실패했다. 거기서 경기가 끝났다. 이러니 존을 안 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매 경기 상대의 지역방어에 시달리고 있는 이대성은 “상대 선수를 제치는 재미가 없어졌다”면서도 “지역방어는 결국 3점슛이 터지면 깨진다. 패스로 동료들에게 좋은 3점슛 찬스를 만들어서 상대가 존 수비를 못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