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대유. 스포츠동아DB
김대유는 27일까지 10경기에 등판해 9.1이닝을 책임지며 8홀드, 평균자책점(ERA) 제로를 기록하고 있다. 리그 전체 홀드 1위. 당초 개막 엔트리 진입도 장담할 수 없었지만 추격조에서 필승조를 거쳐 이제는 핵심 셋업맨 역할까지 하고 있다. 좌타자 스페셜리스트라고 하기엔 우타자 17명 상대 1볼넷 무피안타 투구가 너무도 빛난다. 류지현 감독은 김대유의 역할을 짧게 한정하기보단 핵심 불펜으로서 한 이닝을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
27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김대유의 달라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LG가 4-0으로 앞선 8회초, LG 셋업맨 정우영은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3볼넷을 허용했다. 1사 만루의 위기. 류 감독은 주저 없이 김대유를 선택했다. 김대유는 대타 김민수와 오윤석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워 위기를 끝냈다. 김대유를 단순한 좌타자 스페셜리스트로 생각해 연이어 우타자를 대타로 내보낸 롯데 벤치가 수싸움에서 밀렸다. 김대유는 이닝을 마친 뒤 포효했다. 2010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 입단한 이래 이처럼 포효하는 건 처음이었다.
김대유는 “운이 좋은 것 같다. 여전히 표본이 적다. 야구가 이렇게 되면 안 되는데…”라며 껄껄 웃었다. 그러면서도 “정신적으로 안정된 게 큰 것 같다. 감독님이 편하게 하라고 밀어주셨다. 경헌호 투수코치님도 매일 경기 전 투수들을 모아두고 ‘우리는 너희를 믿는다. 자신 있게만 하면 된다’고 해주신다. 그 덕에 공격적으로 승부한다”고 설명했다.
39경기 승리나 홀드, 세이브 없이 1패 ERA 6.11. 지난해까지 넥센~SK 와이번스~KT 위즈를 거친 김대유의 성적이다. 지난 시즌 종료 후 LG가 방출을 고민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노석기 데이터분석팀장을 비롯한 프런트는 김대유의 활용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낯선 좌투 사이드암 궤적에 타자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었다. 실제로 팀 동료인 오지환도 “내가 타자로 (김)대유를 상대하면 답답할 것 같다. 초구에 승부를 못 내면 말릴 것”이라고 했다. 이제 LG에서 김대유를 인정하지 않는 이는 없다.
김대유에게 물었다. “요즘 야구가 정말 재밌을 것 같다”고. 김대유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루하루 감사하면서 야구를 하고 있다. 감독님과 코치님이 기회를 주니 감사하면서 열심히만 던진다. 힘든 것도 모르는 매일의 연속이다.” 김대유의 감사한 하루가 지속된다면 불펜왕국을 구축한 LG도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