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수원 삼성과 대구FC의 경기에서 대구 홍정운이 동점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19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수원 삼성과 대구FC의 경기에서 대구 홍정운이 동점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대구FC 수비수 홍정운(27)이 K리그에 이름 석자를 널리 알린 시기는 2018시즌이다. 대학을 중퇴하고 2016년 대구를 통해 프로에 데뷔한 그는 이듬해까지는 그저 그런 선수였지만, 2018시즌 확실하게 주전자리를 꿰차며 K리그1(1부) 35경기에 출전했다. 센터백과 수비형 MF를 번갈아보면서 5골·2도움으로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성장의 길목에서 발목을 잡은 건 부상이었다. 2019시즌 17라운드(6월 22일) FC서울전에서 공중 볼 경합 후 착지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정밀 검진 결과는 왼쪽 십자인대 파열.

대개 십자인대 파열이면 한 시즌을 통째로 날린다. 그는 이를 악문 8개월간의 재활 끝에 2020시즌을 앞두고 마침내 복귀했고, 구단 역사상 최연소 주장까지 맡았다. 그렇게 고생해서 다시 일어선 그를 향해 팬들은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다.

하지만 또 다시 부상으로 쓰러졌다. 4라운드(5월 29일) 상주 상무전에서 슈팅 과정에서 무리가 와 교체됐는데, 이번엔 오른쪽 십자인대가 파열됐다. 단 4경기만 뛰고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다.

재활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인내의 한계도 경험했다. 심지어 은퇴까지 고려했다. 하지만 포기는 없었다. 다시 그라운드를 밟은 건 이번 시즌 6라운드(3월 21일) 울산 현대전이다. 후반 막판에 교체로 들어가 잠깐 뛰면서 팬들에게 복귀를 신고했다.

이후는 거침이 없었다. 다시 수비의 중심축으로 돌아왔다. 특히 창단 최초의 6연승(10라운드 서울전~15라운드 제주전)을 이어가는 동안 5경기에 선발로 나서 단 1실점만 하는 ‘짠물 수비’를 주도했다. 13라운드(5월 1일) 수원FC전은 목 통증으로 결장했다.

홍정운은 19일 열린 16라운드 수원 삼성과 원정경기(1-1 무승부)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넣었다.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가던 후반 추가시간, 에드가의 패스를 헤딩으로 마무리했다. 2018년 11월 이후 2년 6개월 만에 맛본 골 맛은 달콤했다. 대구는 7연승은 놓쳤지만 홍정운의 득점으로 7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부상의 고통을 경험한 그에겐 남다른 의미의 골이었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재활 기간 중 울기도 하고 가족들에게 징징거리기도 했다. 매일 불안감을 느꼈다. ‘복귀가 가능할까?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할 때가 올까? 수훈선수로 기자회견장에 앉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지배했다”면서 “하지만 다시 경기를 뛰고, 골도 넣고, 수훈선수로 인터뷰도 하니 너무 행복하다”며 웃었다.

그는 골을 넣고 공을 유니폼 상의 안에 넣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가 출산을 앞두고 있다. 세리머니를 하고 싶었는데,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할 수 있어 기쁘다”면서 “득점할 수 있게 도와준 에드가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했다.

그는 팬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마음 자세부터 다르다. 그는 “힘든 일정이지만 프로선수라면 자기 몸을 잘 관리해서 팬들에게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2년간의 비운을 딛고 오뚝이처럼 일어선 홍정운이 시련만큼이나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최현길 기자 choih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