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에서 함께 뛰는 손흥민(29)과 해리 케인(28)은 ‘영혼의 단짝’으로 불린다. 눈빛만 봐도 원하는 게 뭔지를 아는 이들은 물 흐르듯 매끄럽게 골을 만든다. 이번 시즌 둘이 합작한 득점은 14골인데, 이는 EPL 단일 시즌 최다 기록이다.
K리그에서 역대 최고의 콤비는 ‘데얀+몰리나’가 꼽힌다. 이들은 FC서울에서 3년간(2011~2013년) 함께 하며 ‘데몰리션’이라는 애칭으로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데얀이 몰리나의 도움을 받아 넣은 골은 21골인데, 이는 역대 K리그 최다 기록이다. 몰리나가 데얀의 패스를 받아 성공한 6골을 더하면 둘은 27골이나 합작했다.
그렇다면 올 시즌 최고의 황금 콤비는 누구일까.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K리그1(1부) 19라운드까지 송민규(골)-강상우(도움), 임상협(골)-신진호(도움)(이상 포항 스틸러스), 한교원(골)-김보경(도움), 일류첸코(골)-김보경(도움)(이상 전북 현대), 라스(골)-무릴로(도움)(수원FC) 등 5쌍이 나란히 3골을 합작해 최고를 기록했다.
왼쪽 풀백 강상우와 왼쪽 윙어 송민규는 포항이 자랑하는 조합이다. 지난 시즌 도중 군 제대 후 복귀한 강상우는 포항에서만 7개의 도움을 기록했는데, 그 중 4개가 송민규에게 향했다. 이번 시즌도 비슷한 흐름이다. 송민규의 7골 중 3골이 강상우의 도움이다. 강상우는 5도움 중 3개를 송민규에게 배달했다. 눈에 띄는 건 3골 모두 코너킥 상황에서 강상우가 올리고 송민규가 마무리했다는 점이다. 이런 콤비 플레이 덕분에 둘은 생애 처음으로 A대표팀에도 함께 발탁됐다.
또 다른 포항 듀오 임상협과 신진호의 호흡도 돋보인다. 임상협은 이번 시즌 6득점 중 절반이 신진호의 도움으로 이뤄졌다.
외국인 듀오 중 으뜸은 라스와 무릴로다. 최근 수원FC의 상승세를 이끈 주역들이다. 제공권에서 탁월한 경쟁력을 보여주는 라스는 3경기 연속 골을 폭발하며 득점랭킹 3위(8골)에 올랐다. 날카로운 돌파와 드리블, 패스가 돋보이는 무릴로는 도움 6개로 랭킹 2위다. 라스는 무릴로에게 3개의 도움을 받았고, 2개의 도움을 줬다. 이들의 활약으로 수원FC는 초반 부진을 털어내고 7위까지 올랐다.
전북 김보경은 일류첸코와 한교원의 득점에 깊이 관여했다. 나란히 3도움을 기록하며 공격형 미드필더의 진가를 보여줬다. 도움랭킹은 선두(8개)다. 김보경 덕분에 일류첸코는 9골, 한교원은 6골로 득점 부문 최상위권에 랭크됐다. 하지만 최근 부진한 팀 성적 탓에 이들의 기록도 빛이 바랬다.
이들 이외에도 무릴로(골)-정동호(도움), 조유민(골)-무릴로(도움)(이상 수원FC), 한교원(골)-이승기(도움)(전북), 김진혁(골)-황순민(도움)(대구FC), 김건희(골)-고승범(도움)(수원) 등은 2골을 합작한 콤비들이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