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로켓(왼쪽), 최원준. 스포츠동아DB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53)은 2월 스프링캠프 당시 선발진 구성과 관련한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지난해 원투펀치 라울 알칸타라(한신 타이거즈)-크리스 플렉센(시애틀 매리너스)의 존재감이 워낙 강력했기에 그들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부터가 숙제였다. 국내 선발투수진도 최원준(27) 한 명만 일찌감치 확정했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컸다.
그러나 지금 두산 선발진에는 확실한 기둥이 있다. 외국인투수 워커 로켓(27)과 최원준이다. 이들 2명 모두 정규시즌 직전에는 상수보다 변수에 가까웠던 게 사실이다. 싱커를 앞세운 땅볼유도에 능한 로켓은 시속 150㎞대 중반의 빠른 공을 거침없이 뿌리던 알칸타라, 플렉센과 비교하면 불안했다. 최원준도 지난해 10승(9선발승)을 따내며 마운드의 중추로 떠올랐지만, 풀타임 선발투수로서 기량을 완벽하게 입증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기우였다. 19일까지 로켓(1.79·7승3패)과 최원준(2.34·7승무패)은 나란히 리그 평균자책점(ERA) 부문 1, 2위에 올라있다. 리그 최강의 원투펀치라는 수식어가 붙어도 당연하다.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도 로켓이 9회, 최원준이 7회 작성했다. 이들이 선발등판한 24경기에서 팀은 18승6패(승률 0.750)를 거뒀으니 소위 영양가도 엄청나다. 기복 없이 꾸준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에 이제는 선발진의 상수로 분류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6월 4경기에서 모두 QS+(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한 아리엘 미란다의 최근 흐름까지 고려하면, 최강 ‘원투스리펀치’의 구축도 결코 꿈이 아니다.
로켓의 땅볼유도능력은 그야말로 명불허전이다. 올 시즌 땅볼(106개)/뜬공(49개) 비율 2.16으로 이 부문 3위에 올라있다. 홈런은 단 1개만 허용했고, 특히 왼쪽을 향한 타구 83개 중 57개가 아웃카운트와 연결됐는데, 이는 허경민(3루수)-김재호(유격수)가 지키는 두산의 탄탄한 내야수비와도 궤를 같이한다. 팀의 강점을 100% 활용한 투구를 거듭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에이스의 자격은 충분하다.
최원준의 땅볼(46개)/뜬공(107개) 비율(0.43)은 로켓과 정반대다. 뜬공이 2배 이상 많다는 점은 땅볼 유형의 투수와 비교해 장타를 맞을 위험성이 크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사이드암 투수의 특장점인 떠오르는 공으로 빗맞은 플라이 타구를 유도하고, 장타를 억제한다. 특히 좌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이 0.240에 불과하다는 점은 사이드암 투수로서 엄청난 메리트다. 당당히 도쿄올림픽 야구국가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