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류현진은 27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버펄로의 세일런필드에서 열린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6.2이닝 7안타 2볼넷 3삼진 4실점으로 팀의 12-4 대승을 이끌며 7승째(4패)를 따냈다. 평균자책점은 종전 3.25에서 3.41로 약간 올라갔다.
이날 가장 눈에 띈 점은 투구 패턴의 변화다. 직전 등판이었던 21일 볼티모어 원정에선 주무기 체인지업이 잘 통하지 않자 그동안 봉인해뒀던 시속 150㎞대 직구를 구사하며 경기를 풀어갔다. 그러나 이날은 체인지업이 살아난 덕에 직구 최고 구속이 시속 148.4㎞(92.2마일)에 그쳤음에도 상대 타자들의 노림수를 빼앗으며 효율적 투구를 이어갈 수 있었다.
류현진은 직구(32개)와 체인지업(26개), 커터(18개), 커브(12개) 등을 골고루 섞어 91구를 던졌다. 3개의 삼진을 엮어낸 결정구는 커터(2개)와 체인지업(1개)이었다. 한창 때의 투구 패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1사 후 5안타 1볼넷을 허용하며 4실점한 7회초가 옥에 티였지만, 이를 제외하면 전체적 투구는 크게 흠 잡을 데 없었다.
2회초 오스틴 헤이스와 프레디 갈비스에게 연속안타를 맞은 뒤부터 7회초 안소니 산탄데르에게 안타를 내줄 때까지는 15명의 타자를 연속으로 범타 처리했다. 만족스러운 투구를 펼친 덕분인지 조 웨스트 주심이 3차례나 그의 글러브를 살펴보며 이물질 검사를 한, 달갑지 않은 상황도 웃으며 넘길 수 있었다.
핵심은 체인지업이었다. 류현진은 직전 등판까지 최근 본인의 체인지업에 전혀 만족하지 못했다. 체인지업은 직구와 최대한 비슷한 투구폼으로 던지되, 구속의 차이를 이용해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구종이기에 커맨드가 매우 중요하다. 류현진도 낮은 코스에 체인지업을 완벽하게 떨어트리며 위기를 넘겨왔는데, 그 제구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직전 등판에서 17%(100구 중 17구)에 불과했던 체인지업의 구사율을 28.6%(91구 중 26구)까지 올렸다. 그만큼 체인지업에 자신감을 찾았다는 증거다. 본인도 “체인지업이 이전 2경기와 비교해 훨씬 좋았고, 또 많이 던졌다”며 “경기 중에도 불펜피칭을 하면서 좋다는 것을 느꼈다. 체인지업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 불펜에서도 밸런스와 스피드를 똑같이 유지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매체 스포츠넷도 “모든 구종이 좋았지만, 특히 체인지업이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의미 있는 기록도 추가했다. 이날 3개의 삼진을 보태 메이저리그 통산 809삼진으로 김병현(806개)을 넘어 박찬호(1715개)에 이어 이 부문 한국인 2위로 올라섰다. 토론토 구단도 공식 소셜미디어(SNS)에 한글로 ‘한국인 투수 중 메이저리그에서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삼진을 기록한 투수’라는 문구와 함께 류현진의 사진, 태극기가 새겨진 사진을 게재하며 축하를 보냈다. 류현진으로선 여러모로 얻은 게 많은 한판이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