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박세웅. 사진제공ㅣ롯데 자이언츠
지난해 KBO리그에선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한 시즌 2회 이상 완투를 기록한 투수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마운드의 분업화가 대세로 자리를 잡고, 불펜투수들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완투의 중요성이 과거에 비해 다소 줄어든 것은 맞다. 그러나 팀당 144경기 체제의 장기 레이스에서 버티려면 불펜의 체력을 아끼는 것이 관건인 만큼 완투가 가능한 투수의 가치는 여전히 소중하다. 그럼에도 지금 KBO리그에선 이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해 KBO리그에서 완투를 경험한 투수는 총 10명이었다. 2회 이상 완투에 성공한 투수는 없었지만, 총 10명이 1차례씩 완투를 기록하며 체면치레를 했다. 이들 중 국내투수는 문승원(SSG 랜더스), 정찬헌(당시 LG 트윈스·현 키움 히어로즈), 최채흥(삼성 라이온즈), 노경은(롯데 자이언츠), 윤성환(전 삼성·은퇴)의 5명이었다. 한 시즌 2회 완투를 기록한 투수는 2019년 두산 베어스 유희관, KIA 타이거즈 양현종(현 텍사스 레인저스)이 마지막이다.
올해는 그보다 못하다. 박세웅(롯데), 데이비드 뷰캐넌(삼성), 장시환(한화 이글스), 윌리엄 쿠에바스(KT 위즈) 등 4명만이 1차례씩 완투를 기록했다. 그나마도 9이닝 완투는 박세웅과 뷰캐넌뿐이다. 장시환과 쿠에바스는 강우콜드에 따른 5이닝 완투였다. 실질적으로 올해 9이닝 완투를 경험한 국내투수는 아직까지는 박세웅이 유일하다.
국내투수의 완투 실종은 국제경쟁력 측면에서도 상당한 악재다. 한국야구가 일본과 기본 전력의 차이를 줄이지 못하는 근본적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올해 일본프로야구에서 완투를 달성한 투수는 센트럴리그 13명, 퍼시픽리그 7명 등 총 20명이다. 스가노 도모유키(요미우리 자이언츠), 니시 유키(한신 타이거즈), 구리 아렌(히로시마 도요 카프), 오가와 야스히로(야쿠르트 스왈로즈),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버펄로스) 등 5명은 이미 2차례씩 완투를 해냈다. 한국보다 훨씬 사정이 나은데도 일본야구계 역시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와무라상의 기준인 ‘한 시즌 10완투’를 충족하는 투수가 갈수록 줄어든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들어 ‘불펜 과부하’는 팀의 한 시즌 농사를 좌우하는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팀당 경기수가 증가한 것도 이유지만, 긴 이닝을 보장하는 선발투수가 줄어들면서 불펜의 부담이 커진 탓이기도 하다. 선발투수들이 인터뷰에서 “계투진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다”며 투구이닝을 중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완투로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마운드의 분업화에 따라 완투 기회 자체가 줄어든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 여파가 경기력과 직결되기에 지금의 현실을 가볍게만 보긴 어렵다. KBO리그에서 활약한 7시즌(2006~2012년) 동안 27차례 완투를 기록한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더 대단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