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르 여자대표팀 새 감독 선임에 숨겨진 얘기들 [스토리 발리볼]

입력 2021-11-01 09: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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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도쿄올림픽 이후 대한민국 여자배구대표팀을 이끌 선장이 결정됐다.
대한배구협회(KVA)는 10월 28일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의 재계약 불발과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잘레스 새 감독선임을 공식 발표했다. 3년간 대표팀을 이끈 라바리니 감독이 재계약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나 가능했다. ‘라스트 댄스’를 꿈꾸던 김연경과 도쿄올림픽 4강이라는 성과를 거둔 그가 더 이상을 기대할 것이 없는 대표팀을 또 택할 이유는 없었다.

그렇다고 배구협회가 제시한 조건이 엄청나게 파격적인 것도 아니었기에 그는 개인사정을 내세우며 이미 재계약 거부의사를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배구협회도 이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다. 다만 여론을 무시할 수 없어서 재계약을 추진했기에 결론은 뻔했다.

플랜B로 배구협회가 선택한 카드가 세자르 전 대표팀 수석코치다. 라바리니 사단의 전력분석담당으로 시작했던 그는 강성형 수석코치가 V리그 현대건설 감독으로 영전하면서 대표팀 수석코치가 됐다. 스페인리그에서 감독을 경험했고 터키리그 바키프방크에서 보조코치로 일하는 그로서는 영광스러운 대표팀 감독 제의다. 국내 지도자들보다 결코 나을 것이 없는 커리어를 가졌다는 점에서 많은 배구인들은 못마땅해 하고 있다. 이제 배구협회와 운명을 함께 해야 할 그가 좋은 결과를 만들어 라바리니 감독처럼 해피엔딩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세자르 감독과 접촉했던 협상 실무자가 우려하는 부분은 지도자로서의 경험부족이었다.

분석전문가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선수들과 밀당도 하면서 훈련을 이끌고 경기 도중에는 중요한 선택과 단호한 결단을 내리는 일은 분석과는 분명 다른 일이다. 그래서 협회는 수석코치를 포함한 선수들을 지도하는 코칭스태프만큼은 국내지도자를 써야 한다고 새 감독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협회는 세자르 감독에게 보다 많은 시간 한국에 머무를 것도 요구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여자대표팀을 맡고나서 대한민국에 딱 63일만 있었다. 해외리그의 프로팀 감독을 겸임했고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이 만든 결과지만 아쉽다. 가까운 일본이 외국인 지도자를 선임해서 유소년육성 등 배구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를 이끈 것과 비교됐다. 올림픽 4강으로 라바리니 감독의 경력에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그 이후를 준비하지 못한 것은 뼈아프다. 외국인지도자를 선임한 목표가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의 성적뿐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또 다른 계획이 있다면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새 감독은 현 소속팀 바키프방크와 잘 상의해서 대표팀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협상 실무자는 전했다.

협회는 새 감독과의 계약기간을 2022년부터 2004년까지라고 했다. 세자르 감독의 1차 목표는 2024파리올림픽 예선통과겠지만 당장 내년 VNL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가 연달아 열린다. 대표팀을 구성할 선수층이 풍부한 일본과 중국은 세계선수권대회에 1진을 파견하고 아시안게임에는 2진이 나선다. 반면 우리는 아시안게임에 더 주력해왔다. 10년 이상 대표팀을 이끈 김연경을 비롯한 베테랑들이 줄지어 은퇴를 선언한 가운데 새 판을 짜야 하는데 그 과정이 고통스럽고 팬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협회가 김연경에게 내년 아시안게임까지만 대표팀에서 뛰어달라고 요청했다는 풍문도 나돈다. 박기주 여자경기력향상이사는 스포츠동아와의 통화에서 “회장님이 개인적으로 연락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얘기는 없다”고 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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