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카운트 17개에 69구…KT 선발왕국, 데스파이네도 명함 내밀었다 [KS MVP]

입력 2021-11-17 22: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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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고척스카돔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국시리즈 3차전 KT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중립 경기가 열렸다. 선발 투수로 등판한 KT 데스파이네가 6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볼넷을 허용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고척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영입 당시만 해도 1선발 역할을 기대하는 자원이었고 본인도 책임감이 가득했다. 하지만 2번째 시즌, 팀이 가을의 가장 높은 무대에 올랐는데 3번째 선발 역할을 맡았다. 그에 앞서 등판한 두 투수의 호투를 보며 적잖은 자극도 받았을 법한 상황. 결국 결과로 증명해야 했다. ‘선발왕국’ KT 위즈에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4)가 실력으로 명함을 내밀었다.

KT는 17일 고척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KS·7전4승제) 3차전에서 3-1로 이겨 창단 첫 통합우승에 1승만을 남겨뒀다. 선발 데스파이네는 5.2이닝 2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제몫을 충분히 다했다. 3차전 데일리 MVP(최우수선수)도 그의 차지였다.

KT 선발투수진은 1·2차전 모두 펄펄 날았다. 14일 1차전 윌리엄 쿠에바스가 7.2이닝 1실점, 15일 2차전 소형준이 6이닝 무실점으로 나란히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투구) 이상을 해냈다. 데스파이네의 선발 맞상대는 같은 쿠바 출신의 아리엘 미란다였는데, 경기 초반 균형을 잃는다면 시리즈 전체가 꼬일 수도 있었다. 이강철 KT 감독은 “쿠에바스가 잘 던졌으니 본인도 느낀 게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보였다.

결연한 표정. 특유의 장난기 가득한 표정은 완전히 사라졌다. 1회부터 최고 154㎞의 속구를 뿌리며 집중력을 과시했다. 경기를 지켜보던 KT 관계자들도 데스파이네의 집중력에 엄지를 세웠다. 등 뒤 야수들의 호수비 덕에 고비마다 상대 타자들을 잡아낸 것도 분명했지만, 기본적으로 힘 있는 속구를 앞세워 스스로 아웃카운트를 늘려갔다.

가장 큰 위기는 2회말. 2사 후 양석환에게 좌전안타, 허경민에게 볼넷을 내줬다. 그러나 후속타자 박세혁을 1루수 라인드라이브로 처리하며 불을 껐다. 이때부터 6회말 1사 후 정수빈에게 중전안타를 내줄 때까지 11타자 연속 범타로 처리였다.

2번째 위기는 그 직후였다. 1-0으로 앞선 6회말, 안타와 볼넷으로 2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여기서 KT 벤치가 일찌감치 움직였다. 투구수가 69개에 불과했으니 다소 이른 타이밍. 하지만 데스파이네도 박승민 투수코치의 팔을 툭 치며 격려한 뒤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뒤이어 등판한 조현우도 역시 같은 제스처로 격려했다. 조현우는 김재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데스파이네의 승계주자를 지웠다.

데스파이네의 올해 정규시즌 최소 투구수는 9월 8일 수원 KIA 타이거즈전의 59개. 69구는 그 다음으로 적었다. 당시는 1.2이닝만 소화하며 조기에 강판된 뒤 이 감독에게 태도를 질책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은 이 감독과 데스파이네의 표정 모두 달랐다. KS 3차전에서 데스파이네는 투수왕국의 당당한 일원이었다.

고척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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