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바닥부터 2021 꼭대기까지…KT 역사 쓴 6인의 마법사 [최익래의 피에스타]

입력 2021-11-19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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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송민섭(왼쪽)과 김민혁은 경기 후반을 지배하는 사나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 2013년 팀 빌딩 작업부터 함께하며 바닥부터 정상까지 올라왔다는 점도 닮았다. 사진제공 | KT 위즈

사연 없는 선수는 없다. 다만 팀 창단부터 함께하며 밑바닥에서 정상까지 올라온 경험을 공유하는 이들은 조금 더 사연의 폭이 깊다. KT 위즈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KS·7전4승제) 우승. 2013년 겨울부터 혹독한 훈련을 거쳤던 6명에게는 트로피가 조금 더 특별하다.


막내구단 KT는 2013년 6월 17일 신생팀 우선지명으로 심재민과 류희운을 지명한 것이 역사의 시작이었다. 그해 진행된 2014년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KT는 이들을 포함해 18명을 뽑았고, 육성선수 트라이아웃을 통해 22명을 추가해 전력을 살찌웠다.


그 40명 중 지금 KS 엔트리에 포함된 이는 총 6명. 투수 고영표 심재민 조현우, 내야수 심우준, 외야수 송민섭 김민혁이다. 이들 모두 2013년 겨울을 혹독했던 시간으로 기억한다. 2013년 10월 남해에서 47일간 담금질을 거친 뒤 쉬지도 않고 곧장 미국 애리조나로 향해 83일간 스프링캠프를 진행했다. 선수들은 “다들 미국 캠프만 얘기하는데, 남해 캠프가 정말 힘들었다”고 회상한다.


그렇게 준비한 2014년, 너무 열악했다. 홈구장인 수원KT위즈파크가 리모델링 중이라 성균관대 야구장을 홈으로 썼는데, 선수단이 식사할 공간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선수들이 주차장에서 쪼그려 앉아 밥을 먹는 장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며 질타를 받기도 했다.


2015년부터 10위~10위~10위~9위가 첫 4년간 KT의 성적표였다. 2019년 이강철 감독이 부임하며 강해지기 시작했다. 이 감독 첫해부터 창단 첫 5할 승률에 성공하더니, 지난해 정규시즌 2위에 이어 올해는 KS 직행까지 이뤘다. 그 사이 창단 멤버들도 더욱 강해졌다.

고영표~심재민~심우준~조현우(왼쪽부터)는 KT 창단부터 함께해 KS 엔트리에 포함,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사진제공 | KT 위즈


군 전역 시즌을 치른 고영표와 심재민은 선발과 불펜에서 마운드를 지탱했다. 고영표는 정규시즌 26경기에서 11승6패, 평균자책점(ERA) 2.92로 ‘토종 에이스’ 역할을 했다. 심재민 역시 롱릴리프로 궂은일을 도맡으며 28경기에서 ERA 2.89를 마크했다. 조현우의 스토리는 더욱 절절하다. 2014년 2차 2라운드로 KT 유니폼을 입었으나, 2015년 롯데 자이언츠와 5대4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그러나 2017시즌 후 진행된 2차 드래프트에서 운명처럼 다시 KT의 부름을 받았다. 조현우는 올해 49경기에서 6홀드, ERA 2.61로 좌타자의 공포로 떠올랐다. 심우준은 타격, 수비, 주루 모두 일취월장했으며 김민혁은 대타로, 송민섭은 대주자와 대수비로 이 감독의 1순위 부름을 받는다.


고영표는 “창단 멤버라 그런지 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생각보다 빠르게 KS에 왔다. 입대 전까진 ‘언제 이 순간이 올까’를 생각했는데 전역 후 팀이 강해져 있어 실감이 안 날 때도 있다. 성장하는 시기에 함께 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팀이 강해져 기분 좋다”고 돌아봤다. 심재민은 “이렇게 단기간에 우리 팀이 강해질 것이라고 생각 못했다. 좋은 지도자분들과 선수들 덕이다. 창단 멤버로서 뿌듯하고 행복하다”고 했다. 송민섭은 “여기까지 온 건 내 자신에게도 도전이었다. 노력도 했지만 혼자 노력해선 성장할 수 없다. 주변 사람들 덕을 제일 많이 본 게 나라고 생각한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함께 했던 지도자분들, 동료들의 도움이 컸다.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팀 KT’의 바닥부터 함께했던 6명의 사연남들은 이 가을, 꼭대기에서 트로피를 들고 환히 웃었다.

고척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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