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스타 박병호·손아섭·나성범의 ‘결별’이 의미하는 것

입력 2022-01-0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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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타선을 이끌어온 손아섭(왼쪽), NC의 창단과 함께 간판타자로 군림해온 나성범은 올 겨울 FA 시장에서 충격적인 이적 소식을 전했다.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을 수 없게 된 이들을 바라보며 팬들은 물론 동료들도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사진제공 | NC 다이노스·KIA 타이거즈

영구결번의 ‘낭만과 영광’? 글쎄요…


“구단 상징 선수들 갈 줄 몰랐다”

“영광의 값, 과연 얼마여야 하나”

팬 뿐만 아니라 동료들도 충격

“20억은 영구결번 값으로 생각”

LG 레전드 박용택 새삼 떠올라
영구결번 기념식은 시간이 문제일 뿐, 자격은 충분하게 여겨졌다. 지금의 퍼포먼스 그대로 유니폼을 벗으면 구단의 ‘상징’이 될 수 있던 스타 3명이 원 소속팀을 떠났다. 선수들 스스로도 궁금해 하는 ‘프랜차이즈’의 가치. 한국야구는 그 이야기와 작별을 고하고 있다.

2022시즌을 앞둔 스토브리그는 ‘역대급’으로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을 가늠하는 기본적 척도는 금액이다. 정훈을 제외한 FA 모두가 소속팀을 찾은 가운데, 올 겨울 계약 총액은 971억 원이다. 2016년(766억2000만 원)을 이미 뛰어넘은지 오래. 정훈의 계약 규모에 따라 최초로 1000억 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단순히 금액만 역대급이 아니다. 팀을 바꾼 이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그 중에서도 ‘영구결번 0순위’들의 이적이 눈에 띈다. 주인공은 박병호(36·KT 위즈), 손아섭(34·NC 다이노스), 나성범(33·KIA 타이거즈)이다. 이들은 각자의 원 소속팀 키움 히어로즈, 롯데 자이언츠, NC의 영구결번이 당연하게 느껴지던 스타 이상의 존재들이다.

박병호는 2011시즌 중반 트레이드로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었다. LG 트윈스에서 데뷔했지만 만개하지 못했고, 이적을 계기로 KBO리그 최고의 타자가 됐다. 안타(1194개·89.5%), 홈런(302개·92.4%), 타점(956개·91.2%) 등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기 전과 후가 완전히 다른 타자였다. 하지만 키움과 구체적 협상조차 진행하지 못한 채 KT 유니폼을 입게 됐다.

손아섭도 마찬가지. 2007년 롯데에서 데뷔한 그는 15년 통산 1696경기에서 2077안타를 때려냈다. 통산 9위이자 현역 1위. 이 부문 KBO리그 최다기록 보유자인 박용택(2504개)을 넘을 유일한 후보로 꼽혔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전대미문의 3000안타 고지도 기대할 만했으나, 적어도 롯데 유니폼을 입고 대기록을 달성하긴 어려워졌다.

나성범의 상징성은 더욱 크다. 2013년부터 1군에 합류한 NC의 자랑이자 자부심이었다. NC에서 은퇴 후 그의 등번호 ‘47번’이 영구결번이 됐다면, 새 역사가 쓰일 수 있었다. NC라는 팀이 언제까지 존재하든 구단 역사상 47번을 달았던 유일한 선수가 될 뻔했다. 스스로도 이에 자부심이 있었지만, 결국 KIA행을 결정했다.

놀라움의 크기는 팬들과 동료 선수들이 크게 다르지 않다. 스포츠동아가 취재한 결과 “이 선수가 갈 줄은 몰랐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베테랑 A선수는 “구단의 상징으로 남는 영광의 값어치를 얼마로 산정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무형의 가치이기 때문에 정확한 측정은 어렵지만, 선수들 스스로도 ‘원 클럽 맨’의 가치에 궁금증을 드러내고 있다.

“20억 원은 영구결번 값으로 생각한다.” LG 레전드 박용택의 말이다. 2차 FA 선언 당시 지방팀으로부터 강력한 러브콜을 받았지만 페이컷을 결심하며 원 소속팀 LG에 남았다. 이 선택에 대한 만족과 후회 모두 박용택의 몫. 하지만 팬들은 이를 통해 ‘낭만’을 느꼈다. 그 낭만과 KBO리그는 지금 작별을 고하는 중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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