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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언제나 그림자와 함께 한다. 지난 시즌 막판부터 최근까지 10개 구단 합쳐 100명 이상의 선수들이 방출의 아픔을 겪었다. 현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는 코치진은 일각에선 기피현상까지 일어나며 권위가 떨어지고 있다. 또 불펜포수 등 현장 스태프는 최저시급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으로 여전히 야구장에 머물고 있다. 스포츠동아는 그 음지를 들여다봤다<편집자 주>.
프로야구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존재는 결국 선수다. 하지만 선수로만 KBO리그가 구성되는 것은 아니다. 감독, 코치, 프런트는 물론 팬들도 주인공이다. 이 스포트라이트는 음지에서 고생하는 이들에게는 비춰지지 않는다. 불펜포수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선수나 코칭스태프, 프런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존재”라고 표현한다.
지방구단 불펜포수 A. 그는 10년 가까이 업계에 종사했다. 막내 시절 ‘초봉’은 1500만 원 수준이었다. 선수단보다 먼저 출근해 훈련을 준비하고, 경기가 끝난 뒤에도 정리를 도맡기 때문에 실제 근무시간은 하루의 절반 이상이다. “‘시급’을 따진다면 이야기를 꺼내기 창피한 수준이었다”고 회상한다. 지금은 그 때보다 많은 연봉을 받고, 막내들의 ‘최저 연봉’도 나아졌다. 물론 최저시급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은 여전하다. 언제까지나 계약직 신분이며, 정규직 전환 사례도 최근에는 아예 사라지다시피 한 상태다.
아르바이트만 해도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음에도 고된 길을 택하는 것은 결국 야구에 대한 열정 때문이다. 야구장에 있고, 선수들이 활약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돈이 아닌 ‘인간적 존중’을 바란다. 수도권구단 불펜포수 B는 “내가 제일 즐겁고 잘하는 일이기 때문에 여전히 이 직업을 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돈을 떠나 너무 냉정하게 대하는 시선이 느껴질 때가 가끔 있다”고 말했다.
A는 수년 전 당했던 모욕을 여전히 기억한다. 한 선수가 ‘따까리’라는 멸칭을 써가며 본인을 불렀다고. 면전에서 “너희는 우리 공이나 받아주고, 심부름이나 하면 된다”고 말한 이도 있었다. 어디까지나 개인 인성의 문제다. 음지에서 고생하는 불펜포수들에게 장비나 식사를 챙겨주는 좋은 선배들도 구단마다 꼭 있다. 다만 저런 이야기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전해 듣는다면 의욕이 꺾일 수밖에 없다. 야구단에 반드시 필요한 역할이라는 사실. 이 존재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이들의 처우개선 시작점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