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 신진호.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1(1부) 포항 스틸러스의 등번호 6번은 각별하다. 김기동 포항 감독(51)이 현역 시절 애지중지하며 달고 뛴 등번호다. 자타공인 ‘성실’의 아이콘인 김 감독은 1993년 데뷔해 19시즌 동안 무려 501경기를 뛴 K리그 레전드다. 그래서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성실하고 헌신적인 선수에게만 허락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6번의 주인은 신진호(34)다.
김 감독과 신진호의 인연은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교롭게도 은퇴와 데뷔 시기가 맞물렸다. 김 감독이 현역 유니폼을 반납하던 해에 포철공고-영남대 출신의 신진호가 입단했다. 같은 포지션(중앙 미드필드) 덕분에 신진호는 행운을 안았다. 김 감독은 “등번호를 물려줄 만한 자질을 갖췄다”고 평가한 바 있다.
6번을 단 덕분일까. 첫 해 6경기 출전으로 예열을 마친 신진호는 이듬해부터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중동으로 임대를 떠나면서 구단에 6번을 비워둘 것을 신신당부할 정도로 애착이 강했다. 하지만 2015년 복귀했을 때 특별한 기운의 6번은 이미 다른 선수의 차지였다.
어쩔 수 없이 4번을 달고 한 시즌을 소화한 그는 이후 FC서울~상무~울산 현대를 거쳤고, 지난 시즌 6년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팔로세비치와 최영준 등 중원의 핵심 자원들이 팀을 떠나면서 구심점이 필요했던 김 감독은 흠잡을 데 없는 신진호를 점찍었다. 그는 울산과 계약기간이 1년 남았지만 평소 존경하던 김 감독의 복귀 요청을 뿌리칠 수 없었다. 그런 신진호에게 김 감독은 등번호 6번을 선물했다. 당시 신진호는 “감독님은 선수시절 튀는 것 없이 언제나 꾸준하셨고, 후배들의 귀감이 되셨다. 그것이 6번에 담긴 의미”라며 흔쾌히 받아들였다.
신진호는 지난 시즌 36경기 출전에 개인 통산 최다 공격포인트(2골·7도움)로 기대에 부응했다. 올 시즌에도 알토란같다. 21경기에서 2골·6도움을 기록하며 커리어하이를 찍을 기세다. 또 주장으로서 탁월한 리더십도 보여주고 있다.

포항 신진호.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신진호의 존재감이 얼마나 큰 지는 그가 결장했을 때 확인됐다. 신진호가 빠진 4경기 동안 포항은 1승1무2패였다. 특히 12라운드 FC서울전, 13라운드 전북 현대전에서 연패를 당한 것은 뼈아팠다. 이번 시즌 첫 연패였다.
포항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7월 이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7경기 5승1무1패다. 최근 2연승으로 승점 43을 마크하며 2위 전북에 3점차로 따라붙었다. 그 중심에 신진호가 자리하고 있다. 6일 강원FC와 K리그1 27라운드에서 도움 2개로 팀의 2-1 승리를 이끈 그는 경기 막판 다리 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뛰고 또 뛰었다. 매 경기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 김 감독이 “우리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칭찬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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