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세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셔틀콕 스타’ 안세영(21·삼성생명·세계랭킹 2위)에게 천적은 ‘넘을 수 있는 산’이었다. 이번 달 말레이시아오픈과 인도오픈 여자단식에서 거둔 최대 성과는 은메달과 금메달 수확이 아니라 천적 천위페이(4위), 허빙자오(5위·이상 중국), 야마구치 아카네(1위·일본)와 악연을 청산한 것이다.
안세영은 22일 끝난 인도오픈에서 허빙자오와 야마구치를 각각 준결승과 결승에서 잇따라 꺾고 정상에 올랐다. 그 전까지 허빙자오에게는 4전패, 야마구치에게는 4연패를 포함해 5승10패로 열세였다. 특히 지난해 9월 일본오픈과 이달 15일 말레이시아오픈 결승에선 야마구치에게 져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러나 안세영은 초연했다. 천적을 제압한 좋은 기억이 있어서였다.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마스터즈 결승에선 7전패로 열세였던 천위페이를 38분 만에 완파하고 우승했고, 이달 말레이시아오픈 준결승에서도 그를 손쉽게 제압했다. 매번 지적됐던 ‘공격력 부족’에 신경 쓰는 대신 안정적 경기운영과 수비력, 높이에 초점을 맞춰 천위페이를 넘은 데 이어 허빙자오와 야마구치마저 무릎을 꿇렸다.
인도오픈 우승 직후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안세영은 “천적을 만나더라도 이전 경기를 떠올리지 않으려고 했다”며 “자신감을 갖고 내가 뛰는 지금 경기만 생각한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천위페이를 상대로 7전패의 굴레를 끊었을 때도 “기술과 전략 면에서 변화를 줄 생각은 없다”며 “멀리 있는 점수와 승리를 보는 대신 나 자신을 믿는다”고 당차게 말했던 안세영이다. 오른 발목 부상을 딛고 일군 성과라 이번 인도오픈 우승의 의미는 더 크다.
인도오픈을 성공리에 마친 안세영은 인도네시아마스터즈 출전을 위해 자카르타로 이동했다. 강행군에 지칠 법도 하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밝았다. 그는 “대회가 계속 있어서 체력적으로 힘든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빡빡한 일정 속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아 좋다. 지금은 2024파리올림픽만 바라보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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