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 K리그 경기장에는 승부조작 가담자의 사면으로 분노를 촉발한 정몽규 회장과 대한축구협회를 성토하는 걸개들이 내걸렸다. 대전하나-FC서울의 K리그1 5라운드 경기가 벌어진 1일 대전월드컵경기장 관중석.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주말 K리그 현장은 대한축구협회(KFA)의 쇄신을 요구하는 ‘민심의 장’이었다.
지난달 28일 KFA는 이사회를 열어 징계 중인 축구인 100명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중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태 당시 가담자 48명이 포함돼 논란이 커지자, KFA는 31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사면을 철회했다. 그러나 전국의 축구팬들은 주말 내내 축구장에서 걸개 퍼레이드를 펼치며 KFA에 논란 수습을 넘어 쇄신을 요구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K리그2(2부) 성남FC 서포터스 ‘블랙리스트’가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평창 유나이티드의 FA컵 2라운드 경기 당시 “승부조작, 우리는 용서한 적 없다”는 내용의 걸개를 들고 나왔다. 주말 걸개 퍼레이드는 예견된 것이었다.
2일 K리그1(1부) 수원 삼성-강원FC전이 벌어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선 킥오프와 동시에 강원 응원단이 “사면대상 100인 명단 공개”가 적힌 걸개를 올리며 KFA를 향한 분노를 표출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강원팬 백현철 씨(32)는 “KFA가 사면대상자의 2차 가해 우려를 이유로 여전히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진짜 2차 가해자는 축구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일에도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대구FC전이 열린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 8250명의 팬들이 “KFA! 팬들과 거리두기 강화”, “100년 뒤에도 우리는 기억할 것이다!”라고 적힌 걸개로 KFA를 향한 분노를 표출했다.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대전하나시티즌-FC서울전에서도 1만5793명의 관중이 “누군가의 꿈이 조작범에겐 선물로” 등의 걸개를 내걸었다. 광주FC-수원FC전이 벌어진 광주축구전용경기장에선 4535명의 팬들이 과거 두 팀에서 모두 뛴 이한샘(34·충북청주FC)이 2018년 승부조작 제의 거절 후 이를 당시 소속구단(아산 경찰청)에 신고한 사실을 기리고자 “영원히 기억될 그 이름 이한샘”이 적힌 걸개를 펼쳤다.
한 구단 관계자는 “축구계에선 KFA가 승부조작 가담자의 사면을 결정한 배경으로 그동안 각 시도협회로부터 빗발친 민원 등을 원인으로 보기도 한다. KFA를 비롯해 축구계의 모든 이가 쇄신하지 않으면 이 같은 역사는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원 |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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