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이승현·오승환·우규민(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부동의 마무리투수였던 ‘끝판대장’ 오승환(41)이 부진한 모습을 보인 데다, 대체자로 낙점한 좌완 이승현(21)도 불안함을 노출한 까닭에 박진만 삼성 감독의 고민 또한 깊어졌다. 집단마무리 카드를 꺼내든 것도 이 때문이다. 박 감독은 “오승환은 좀더 자기 페이스를 찾아야 할 것 같다”며 “마무리를 좌완 이승현으로 정했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이제는 무조건 이승현을 마무리로 내보내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변화를 줘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승현은 삼성이 미래의 마무리로 점찍은 투수다. 시속 150㎞대의 빠른 공과 두둑한 배짱이 강점이다. 데뷔 시즌(2021년)부터 46경기에 등판하며 팀이 2015년 이후 6년 만에 포스트시즌(PS) 무대를 밟는 데 기여했다. 지난해 58경기에서도 2승4패1세이브14홀드, ERA 4.53의 성적을 거두며 불펜의 한 축을 담당했다.
그러나 올 시즌 초반 불펜의 약점이 부각되고 갑작스레 마무리까지 맡으면서 부담이 커졌다. 박 감독이 집단마무리 체제를 천명한 이유다. 이승현을 중심으로 오승환, 우규민 등 마무리 경험이 있는 베테랑들을 두루 활용하는 게 핵심이다.
이승현, 오승환, 우규민은 다른 유형의 투수들이다. 이승현은 좌완, 오승환은 우완 정통파, 우규민은 우완 사이드암이다. 상대 타자의 유형과 상대전적 등을 고려해 최적의 조합을 찾아야 한다. 또 오승환과 우규민은 이승현에게 부족한 경험을 채울 수 있다. 최근 페이스가 괜찮은 우완 언더핸드 김대우 등 희소성이 있는 유형의 투수들을 이들의 앞에 배치해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삼성 박진만 감독. 스포츠동아DB
박 감독은 “8~9회는 상대 타순과 상대전적 등을 고려해서 운용할 것”이라며 “70~80%는 이승현이 마무리로 나가지만, 변칙 운용도 필요하다. 우규민이 나설 수도 있다. 상황에 맞게 써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집단마무리 체제는 ‘플랜 B’마저 실패했을 때 꺼내드는 최후의 보루다. 오승환이 안정을 되찾으면 기존 계획으로 돌아갈 수도 있지만, 당장은 집단마무리 체제 이상의 해법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직 100경기 넘게 남겨둔 상황에서 과감하게 택한 승부수가 삼성의 장기 레이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대구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