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한계 근접, 최첨단 기술 덕?… 마라톤 ‘러닝화 전쟁’

입력 2023-10-10 11: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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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그스트 아세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티그스트 아세파.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러닝화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티그스트 아세파(에티오피아·26)가 지난달 24일(이하 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마라톤에서 2시간 11분 53초의 기록으로 여자 마라톤 세계 신기록을 세우자 육상계가 발칵 뒤집혔다. 종전 기록을 2분 이상 앞당긴 것.

아디다스가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그녀가 자사의 신제품 ‘아디제로 아디오스 에보 프로 1’(Adizero Adios Evo Pro 1)을 신고 뛰었기 때문이다. 아세파가 결승선에서 이 신발을 자랑스럽게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 키스하는 사진까지 찍혀 홍보효과도 만점이었다.
아디아스 소셜미디어 캡처.

아디아스 소셜미디어 캡처.


2016년 ‘베이퍼플라이 4%’(Vaporfly 4%)를 출시하며 러닝화 전쟁을 선도한 나이키를 마침내 아디다스가 따라잡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불과 2주 후, 나이키가 반격에 나섰다. 8일 미국 시카고 마라톤에서 켈빈 키프텀(23·케냐)이 2시간 00분 35초의 놀라운 기록으로 남자 마라톤 세계 신기록을 갈아치웟다. 엘리우드 킵초게(38·케냐)가 지난해 9월 베를린 마라톤에서 세운 종전 기록 2시간01분09초보다 34초 빨리 42.195km의 풀코스를 완주했다.
켈빈 키프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켈빈 키프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키프텀은 나이키 데브 163(Nike Dev 163) 시제품을 신고 레이스에 참가했다. 여자부 대회 신기록이자 여자 마라톤 역대 2위 기록(2시간 13분 44초)으로 우승한 시판 하산(네덜란드·30)도 같은 신발을 신고 달렸다.

반면 아디다스의 아디오스 에보 프로 1을 착용한 벤슨 키프루토(케냐·32)는 키프텀에게 3분 이상 뒤진 기록으로 남자부 2위에 머물렀다.

나이키 데브 163은 일반 판매용이 아니다. 올 12월까지 개발용으로 세계 육상 경기연맹의 승인을 받았다. 많은 사람이 알파플라이 넥스트% 2의 후속작이 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마라톤은 선수들의 지구력 못지않게 거대 스포츠 브랜드들의 기술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이에 세계육상연맹( World Athletics )은 운동화 규정을 제정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원칙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키프텀이 신고 뛴 나이키 러닝화.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키프텀이 신고 뛴 나이키 러닝화.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육상 경기에서의 성과(기록 포함)는 운동화 기술보다 인간의 노력이 우선시되어야 하며, 이를 통한 발전(예: 의미 있는 경쟁을 할 수 있도록)을 통해 달성되어야 한다.”

최첨단 러닝화가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로인해 기술보다 인간의 노력을 우위에 둬야 한다는 육상 연맹의 기준을 두고 최근 몇 달 동안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진행 중인 러닝화 전쟁은 휴전의 조짐이 안 보인다.

동아닷컴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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