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경북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FA CUP’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의 결승 경기에서 포항이 우승을 차지한 후 김기동 감독이 환호하고 있다. 포항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종료 휘슬이 울린 순간, 경기장 전광판이 4-2 홈팀의 우승을 알렸으나 포항 스틸러스 김기동 감독의 몸짓은 요란하지 않았다. 선수들이 피치에서 얼싸안고 기뻐하는 모습을 미소 가득한 표정으로 담담히 지켜보기만 했다.
포항은 4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FA컵’ 결승전에서 전북 현대를 4-2로 누르고 통산 5회 우승에 성공했다. 전북에 0-1, 1-2로 계속 뒤졌으나 침착하게 반격한 끝에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우승 세리머니는 담백했지만 김 감독에게도 특별했다. 포항 레전드로 2019년 지휘봉을 잡은 지 5번째 시즌 만에 첫 우승이다. 종전까지 그가 포항에서 거둔 최고 성과는 202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이다.
FA컵 우승이 아니더라도 포항은 ‘기대이상’의 행보를 보여왔다. K리그1 2연패에 성공한 울산 현대, 꾸준히 투자 기조를 지킨 전북과 비교하면 포항의 선수단 규모와 처우는 상당히 부족하다. 이적시장이 열릴 때마다 핵심선수들이 이탈하곤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부족한 살림살이나 환경을 탓하지 않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의 결실을 냈다. 김인성, 임상협, 김승대, 김종우 등 다른 팀에서 밀려난 선수들을 데려와 동기를 부여해주고 기존 멤버들의 역량을 극대화해 팀의 에너지 레벨을 높였다. 부상, 징계 등으로 인한 전력 공백은 영리한 대처와 기민한 전술·전략으로 해결했다.
FA컵도 그랬다. 전력의 8할에 가깝던 공격수 완델손과 수비형 미드필더 오베르단이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결승전에서 한찬희, 김종우가 나란히 득점한 장면은 포항의 저력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다.
축구계에선 ‘김기동 축구’는 어떤 형편에서든 최소한의 성과를 낸다는 기대가 가득하다. 팬들도 어지간한 성적에는 만족하지 않는다. 리그 3위권 진입은 당연하고, 그 이상까지 넘봐야 한다고 압박한다. 포항에는 엄청난 동력이자 적잖은 부담이다.
그러나 결국 해냈다. “잘 싸운 2위는 무의미하다. 마지막까지 우승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해온 김 감독은 FA컵 제패로 우승 사령탑의 반열에 올랐다. “늘 우승을 꿈꿨고, (우승해야)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주변 이야기도 있었는데 개인 커리어만 바라보지 않았다. 좋은 축구가 내게는 우선이었다.” 만족도, 안주도 없는 김 감독의 시선은 벌써 내일로 향하고 있다.
포항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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