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김지원. 스포츠동아DB
차상현 감독이 이끄는 GS칼텍스는 22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홈경기에서 한국도로공사를 풀세트 접전 끝에 물리치고 7승3패, 승점 19로 선두 흥국생명(9승1패·승점 25)을 계속 추격했다.
1, 2세트를 먼저 얻고도 3, 4세트를 잃어 마지막 세트로 향한 상황은 아쉬웠지만 김지원의 활약은 눈부셨다. 외국인 주포 실바는 물론 주장 강소휘와 유서연 등 공격진을 향한 적재적소의 볼 배급도 좋았고, 1세트에만 블로킹 4개를 잡는 등 인상적 플레이를 펼쳤다.
도로공사로선 작은(키 174㎝)의 선수가 5개의 가로막기로 ‘거미손 모드’로 변신할 것이라고는 쉽사리 예측할 수 없었다. 김지원은 “블로킹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자존심이 상했다. 연습 때부터 볼이 손에 맞아 튀어 오르게만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했고 오늘 잘 꽂혔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경기 전 차 감독이 “우리 약점은 블로킹이다. 단점은 인정하되, 공격력을 더 끌어올리겠다”고 말한 터라 훨씬 흥미로웠다. 여기에 김지원은 서브 에이스 2개를 곁들였다. 평소 어린 선수들과 백업들이 서브, 블로킹 득점을 하면 사비를 털어 용돈을 지급해 동기부여를 해온 차 감독은 경기 후 기분 좋게 지갑을 열며 “평소보다 안정적이었다. 경기 운영이 좋았다”는 칭찬도 더했다.
2020~2021시즌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GS칼텍스 유니폼을 입은 김지원의 프로 커리어는 백업에 가까웠다. 지난 3시즌 동안 선발출전 없이 원 포인트 출전에 그쳤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전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기존 주전 세터 안혜진이 어깨 부상을 입은 여파다.
도로공사전에선 특히 영리한 플레이가 돋보였다. 20점을 넘긴 시점이나 5세트에는 외국인 공격수에게 공을 띄우기 마련이다. 가장 손쉬운 선택이다. 그런데 김지원은 이를 역이용해 국내선수들에게 많은 공을 보냈다. “외국인선수에게 (공을) 띄울 거라고 상대가 여길 것 같아 분배했다. 언니들이 잘 때려줬다.”
국가대표 경험이 큰 힘이 됐다. 비시즌 동안 제대로 쉬지 못했지만,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와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한 수 위의 상대들과 경기를 치르면서 차츰 경험치가 쌓였다.
부담이 늘었음에도 김지원은 지치지 않았다. 오히려 힘이 난다. 고전하리란 예상을 깨고 팀이 잘 풀리는 것도 긍정의 에너지를 주고 있다. 김지원은 “힘들지 않다. 1라운드 3연승을 달렸을 때 정말 배구가 재미있었다”며 “(그 전에) 지는 경기를 하다보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 때 내 선택을 자책하곤 했는데 많은 것을 배우고 자신감을 키우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