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박건우(왼쪽), KIA 박찬호. 스포츠동아DB
“정말 안 알려주던데요?”
박건우(33·NC 다이노스)는 두산 베어스 시절이던 2017년 수상 여부를 몰라도 정장을 말끔하게 갖춰 입고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갔다. 호타준족의 상징적 기록인 20홈런-20도루 달성에 리그 전체 타율 2위(0.366)와 OPS(출루율+장타율) 5위(1.006),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 2위(7.03)에 올랐으니 기대가 큰 게 당연했다. 하지만 유효표 357표 중 99표로 외야수 부문 5위에 그쳤다. 그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에는 그 때 처음 간 것이었다”며 “큰 기대를 품고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간 기억이 있다. 수상 여부를 떠나 와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 뒤 시상식에 갔다가 ‘상처 받고 가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더 컸던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박건우는 그 아쉬움을 발판 삼아 ‘수상이 당연한’ 선수가 돼야겠다고 다짐했다. 올 시즌 외야수 부문 후보들 중 WAR 2위(4.97)에 오른 그는 6년 만에 다시 찾은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생애 첫 황금장갑을 거머쥐었다. 그는 “트로피를 직접 드니 생각나는 사람이 많더라. 5년 전 골든글러브 트로피 모양으로 금빛 케이크를 만들어주신 팬도 떠오른다. 야구선수가 된 뒤 내 목표는 늘 골든글러브였다. 그동안 기대하셨던 부모님께도 얼른 보여드리러 가고 싶다.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되면 하려 아껴둔 말이 있는데, 이제 내게 남은 시간은 내가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부모님을 위해 야구하겠다”며 웃었다.
올해 시상식에선 6년 전 박건우와 같은 모습을 한 참석자가 한 명 있었다. 유격수 부문 수상자 오지환(LG 트윈스)과 경합한 박찬호(28·KIA 타이거즈)다. 박찬호는 2위(유효표 291표 중 120표)에 그쳤는데, 결과를 예감하고 시상식을 찾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시상식에 앞서 “2등의 품격을 지키기 위해 (시상식에) 왔다. (취재진을 향해) 수상자는 스스로에게 여쭤보시면 답이야 알고 계시지 않느냐”며 유쾌하게 농담한 뒤 “(시상식은) 한 번쯤 와보고 싶던 곳이다. 언젠가 수상자로 오게 될 곳이니까”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오지환과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오지환은 “정말 멋진 친구”라며 “나보다 어려도 생각하는 게 오히려 내가 배워야 할 것 같다. 존경심마저 든다”고 고마워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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