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오승환(왼쪽)은 27일 고척 키움전에서 4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마무리투수 보직을 내려놓은 그는 정규시즌 잔여 경기를 통해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공을 던지는 데 집중할 생각이다. 스포츠동아DB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42)에게는 ‘끝판대장’이라는 수식어가 늘 붙어 다녔다.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마무리투수로 쌓아온 숱한 명성을 상징한다. 하지만 그는 28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 4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팀이 6-2로 앞선 가운데 선발 이승민에 이어 2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 1안타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승리투수도 됐다.
그러나 4회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의 모습은 모두에게 너무도 낯설었다.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다 겪은 베테랑 투수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오승환은 담담히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는 “1군에 올라오자마자 편한 상황에서 기용한다는 감독님의 말씀이 있었고, 이닝과 관계없이 언제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선발투수가 좋지 않아 일찍 준비하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내 투구를 떠나 팀이 이기는 상황에서 출전한 만큼 점수를 안 주는 게 중요했는데, 그 역할을 해낸 것 같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오승환은 이달 16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돼 2군에 합류했다. 어떻게 재정비하는 게 좋을지 많이 고민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휴식이었다. 훈련을 대신 재충전을 결정했다.
잘 쉬었지만, 불안감은 떨칠 수 없었다. 스스로 결정한 휴식임에도 좋았을 때의 투구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후 간단한 훈련을 거쳐 퓨처스(2군)리그 2경기에 등판했다. 공을 던지는 자세와 몸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고, 구속도 괜찮게 나왔다. 훈련 대신 택한 재충전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삼성의 마무리투수는 오랜 기간 오승환이었다. 그만큼 팀의 클로저로서 꾸준하게 활약했다. 하지만 스스로 마무리투수를 고집한 것은 아니었다. 그에 대한 팀의 믿음이 두터웠고, 그 또한 마무리투수로서 꾸준히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하지만 올 시즌 도중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오승환은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분위기가 매우 좋다. 3회가 됐든, 6회가 됐든 주어지는 역할에 최선을 다해 팀이 승리하는 데 일조해야 한다”며 “지금은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되찾는 게 먼저다. 점수차에 상관없이 막아내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자신뿐 아니라 삼성 야구를 오래 지켜본 이들에게는 낯선 장면이 앞으로 더 자주 연출될 수 있다. 오승환이 정규시즌 잔여 경기를 통해 다시 강력한 공을 던지며 코칭스태프의 믿음을 회복해 삼성의 ‘끝판대장’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궁금하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