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은 2024파리패럴림픽 준비 기간 중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아버지, 언젠가 다시 만나면 그때는 더 많은 이야기 나눠요.”
김정남(46·BDH파라스)은 지난달 30일(한국시간) 샤토루사격센터에서 펼쳐진 2024파리패럴림픽 사격 P1 남자 10m 공기권총(스포츠 등급 SH1) 본선에서 26명 중 24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와 2022항저우아시안패러게임에서 모두 2위를 차지한 종목이었지만,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아쉬운 감정을 애써 숨기고 웃었는데, 그 속에는 슬픔이 배어 있었다. 대회 준비를 위해 프랑스에 머무는 동안 한국에 계시던 아버지가 눈을 감았다.
비록 첫 종목에선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2일 벌어진 P3 혼성 25m 권총(SH1) 결선에선 동메달을 따 아버지에게 바칠 수 있었다. 김정남은 “사실 일주일 전 아버지께서 갑자기 돌아가셨다. 장례조차 지켜보지 못해 몹시 슬프고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래도 동메달을 가지고 찾아뵐 수 있게 돼 정말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파리 현지의 한국 선수단 관계자 모두 김정남을 최대한 돕고 나섰다. 배동현 선수단장은 장례가 치러진 전남 나주에 자신의 재단 임직원을 파견해 장례를 도왔다. 김정남은 “아버지께서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다 보니 파리에 있는 나로서는 어찌할 방도가 없더라”며 “마음이 착잡했는데, 그나마 동생이 있기에 장례는 치를 수 있었다. 또 배 단장님이 챙겨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김정남은 또 “아버지께서 예전에 머리를 다치셨다가 수술을 받고 회복하셔서 집에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치매 증상이 조금씩 왔다. 한국에 돌아가 병원 검진을 받아보려고 했지만, 이렇게 됐다”며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마음이 잘 정리되지 않았다. 이에 10m 공기권총에서 (결과가) 좋지 않았다. 마음이 힘든 탓에 집중이 되지 않아서 사격을 시작하고 가장 나쁜 성적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김정남은 2일 경기를 끝으로 대회를 모두 마쳤다. 그는 “동메달을 따고 정말 벅찼다. 이제 메달을 걸고 아버지께 인사드리러 갈 수 있게 됐다. 정말 다행”이라며 “우리 부자는 서로 무뚝뚝했다. 대화가 많지 않았는데, 이제 너무 늦어 버렸다. 죄송하다.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테니 그때는 자랑스러운 아들이 돼 다시 만나고 싶다. 그때는 아버지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파리|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