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출국권고·여행금지국 팔레스타인…응원단은커녕 취재진 2명만이 전부였다

입력 2024-09-05 22:3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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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축구대표팀 선수들이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과 팔레스타인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1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한 뒤 기뻐하고 있다. 응원단 없이 취재진 2명만 한국을 찾았지만 승점 1을 따내는 이변을 연출했다. 상암|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팔레스타인축구대표팀 선수들이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과 팔레스타인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1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한 뒤 기뻐하고 있다. 응원단 없이 취재진 2명만 한국을 찾았지만 승점 1을 따내는 이변을 연출했다. 상암|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팔레스타인과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1차전에서 홈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출발했다. 만원에 가까운 관중의 응원 세례는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풍경이었는데, 상대국 응원단이 없었기에 우리 팬들의 응원이 더욱 두드러졌다.

한국과 미수교국인 팔레스타인은 외교부가 지정한 ‘출국권고’ 국가다.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과 1년 넘게 분쟁 중인 까닭에 가자지구는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팔레스타인인이 한국에 입국하려면 주팔레스타인 한국대표사무소를 찾아 유효 여권, 범죄기록증명서, 최근 3개월 내 은행 계좌 내역, 한국 방문 목적을 증빙할 수 있는 서류 등을 제출해 비자를 발급받아야 할 정도다.

그래서인지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선 팔레스타인 응원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프사이드로 선언됐지만, 전반 22분 팔레스타인 타메르 세얌의 슛이 한국 골문을 갈랐을 때도 환호가 아닌 탄식과 야유만 가득했다.

대한축구협회(KFA)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응원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인 국가는 자국 축구협회를 통해 응원단 규모를 공지해온다. 이런 경우 대한축구협회는 상대 응원단을 위해 골대 뒤편에 응원석을 마련한다”며 “그러나 팔레스타인 측으로부터 응원단 관련 공지를 받지 못했다. 예상대로 관중이 본격적으로 입장할 때도 팔레스타인인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팔레스타인 취재진의 규모 또한 매우 적었다. 취재기자와 사진기자만 1명씩 왔다. 올해 3월과 6월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당시 한국과 맞붙은 태국과 중국의 경우 취재진이 각각 10여명과 30여명에 이르렀다. 당시 태국 취재진은 태국이 한국과 1-1로 비기자 자국 선수단을 향해 박수갈채를 보냈고, 중국 취재진도 한국전을 앞두고 KFA 관계자에게 한국 유럽파 선수들의 입·출국 일정을 묻는 등 취재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취재진은 규모 자체가 너무도 적은 까닭에 이렇다 할 움직임조차 감지되지 않았다.

KFA 관계자는 “중동 취재진은 늘 소수였던 점을 고려해도 팔레스타인은 자국 내 분쟁으로 인한 어수선한 분위기 탓에 취재진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취재진마저도 말레이시아에 체류한 뒤 방한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팔레스타인은 팬들의 응원 없이도 한국과 0-0으로 비기는 이변을 연출했다. 전력상 열세라 볼 점유율(24.7%), 패스 성공률(67.3%), 유효슈팅(3개) 등 공격 주요지표가 모두 한국(75.3%·88.1%·5개)에 뒤졌지만 선수단이 하나로 똘똘 뭉친 덕분에 5만 여 한국 관중의 응원을 딛고 소중한 승점 1을 따냈다.

마크람 다붑 팔레스타인 감독(튀니지)은 “다들 아시다시피 팔레스타인의 사정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축구를 통해 국민들에게 희망을 전달하고 싶었다”며 “현장에서든, 고국에서든 우리를 응원해준 팬들에게 기쁨을 선사할 수 있어 기쁘다. 정말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경기 소감을 밝혔다.

골키퍼 라미 하마다 역시 “고국 사정상 리그가 정상적으로 열리기 힘들어 소속팀 없이 1년 간 선수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오늘 경기를 뛸 수 있도록 도와주신 국민들게 너무 감사하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를 응원해준 팬들이 있었기 때문에 스타들이 즐비한 한국을 상대로 승점 1을 가져올 수 있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꿈을 위해 싸우고 있다는 점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고 웃었다.


상암|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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