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파리패럴림픽 한국 선수단 MVP에 오른 사격 2관왕 박진호가 에펠탑 앞에서 만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박진호(47·강릉시청)가 2024파리패럴림픽 한국 선수단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대한장애인체육회가 패럴림픽 한국 선수단 MVP를 뽑는 것은 최초다.
장애인체육회는 1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해단식을 열고 MVP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대회 출전 선수 83명 전원을 대상으로 장애인체육회 출입 언론사가 투표에 참여했다. 박진호는 유효투표 29표 중 23표를 획득해 정호원(보치아·5표), 김황태(트라이애슬론·1표)을 제치고 MVP에 올랐다. 그는 “첫 패럴림픽 한국 선수단 MVP에 오르게 됐는데, 가장 공헌도가 높다고 봐주셨다는 뜻이지 않은가. 가문의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박진호는 한국 선수단 중 유일하게 2관왕에 올랐다.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에서 첫 금메달을 목에 걸더니 50m 소총 3자세(이상 스포츠 등급 SH1)는 패럴림픽 신기록 454.6점(슬사 150.0점·복사 154.4점·입사 150.2점)으로 정상에 섰다. 패럴림픽 다관왕이 나온 것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수영 3관왕에 오른 조기성 이후 8년 만이다.
박진호가 5일(한국시간) 샤토루 사격센터에서 열린 2024파리패럴림픽 사격 R6 혼성 50m 소총 복사 SH1 결선에서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박진호는 프랑스에서 진짜 ‘세계 챔피언’이 됐다. 5월 창원에서 열린 장애인사격월드컵대회 5관왕에 오른 그는 사격 선수로서 모든 것을 이뤘지만, 패럴림픽 금메달 단 하나가 없었다. 마지막 퍼즐을 맞추고 2관왕에까지 올랐으니 정점을 찍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는 “2관왕에 오른 게 이제 실감이 나지만 한편으로 운동을 시작하고 처음 읽은 글귀를 되새기게 됐다. ‘발전하고자 하는 의지가 멈추면 도태는 시작된다’는 말이다”라며 “내 몸이 허락하는 한 계속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격세지감이다. 박진호는 2002년 낙상 사고를 당해 척수 장애인이 됐다. 큰누나 박경미 씨는 동생이 다치자 사고 다음날 회사를 퇴사하고 2년여 동안 곁에서 간호를 했다. 체대 출신 박진호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고민하다 적성에 맞는 운동으로 진로를 정해 장애인 사격에 몸담게 됐다. 시간이 지나 세계 챔피언에 오른 그는 “나 역시 (장애를 갖고) 방황하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했고, 사회생활도 다시 시작됐다”며 “요즘 (체육을)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이 좋아졌다. 기회는 많다. 자기 자신을 위해 집에서 나오시라”고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박진호가 파리 시내에서 자신을 알아본 프랑스인 가족에게 금메달을 걸어주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박진호를 통해 힘과 용기를 얻은 사람은 비단 한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현지에서 보내는 관심 또한 컸다. 첫 금메달 획득 당시 경기장을 찾은 프랑스 장애 아동 아르튀르 베르토메(7) 군이 대회 조직위원회 관계자에게 요청해 그와 맨 처음 기념사진을 찍었다. 어머니 에마뉘엘 씨는 “아르튀르는 뇌와 근육에 장애가 있어서 몸에 힘을 주지 못하지만, 스포츠를 좋아하는 어린이”라며 “기억은 흐릿해지지만, (박진호와 찍은) 사진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라고 고마워했다. 2관왕이 되자, 그를 알아보는 눈은 훨씬 많아졌다. 박진호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받기는 처음이다. 정말 행복하고 좋은 추억을 쌓았다”고 돌아봤다.
파리|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