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레이예스가 10일 잠실 LG전에서 1-1로 맞선 연장 10회초 역전 적시타를 쳐낸 뒤 기뻐하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매 경기가 중요하지 않겠나. 1패, 1패 계속될수록 확률은 떨어지니까.”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 원정경기에 앞서 이 같이 말했다. 5강 경쟁이 한창인 만큼 어떤 경기도 놓쳐선 안 된다는 각오였다.
롯데 팬들도 힘을 실어줬다. 구름관중이 잠실구장을 찾아 3루측 응원석을 가득 메웠다. 2만3750석 전석 매진이었다.
팬들이 포기하지 않으면, 선수도 희망을 놓을 수 없다. 그만큼 간절했다. 0-1로 뒤진 5회초 1사 후 박승욱의 동점 솔로홈런이 터졌다.
선발투수 애런 윌커슨은 8회말 2아웃까지 마운드에서 버텼다. 7.2이닝 4안타 3사사구 4탈삼진 1실점의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투구였다. 위기 상황을 순조롭게 넘기며 어떻게든 팀이 이길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느라 애썼다. 타선이 뒷받침되지 않아 승리를 챙기진 못했지만, 공 하나하나에 혼이 느껴졌다. 김상수와 교체돼 덕아웃을 향하는 그를 롯데 팬들은 기립박수로 맞이했다.
1-1 동점으로 정규이닝이 마무리됐다. 롯데는 연장 10회초 2사 후 집중력을 발휘했다. 고승민의 볼넷과 손호영의 안타로 만든 1·3루 기회. 빅터 레이예스(30)가 타석에 들어섰다.
레이예스는 올 시즌 리그 최강의 클러치능력을 보여준 타자다. 9일까지 7회 이후, 2점차 이내의 승부처에서 무려 0.466(73타수 34안타)의 고타율을 기록했고, 홈런도 4개나 때려냈다. 마운드의 힘으로 버텨온 롯데에게 결정적 한방이 필요했던 상황. 레이예스는 또 한 번 승부처에 강한 면모를 입증했다.
볼카운트 2B-1S서 공 2개를 커트한 뒤 이종준의 6구째 직구(시속 146㎞)를 받아쳐 1·2루간을 꿰뚫는 적시타를 쳐냈다. 팀의 2-1 승리를 이끈 결승타였다. 롯데는 9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마무리투수 김원중이 2이닝을 실점 없이 틀어막고 승리를 지켜냈다.
3연패에서 벗어난 8위 롯데(58승4무66패)는 인천에서 SSG 랜더스에 0-5로 패한 7위 한화 이글스(60승2무67패)와 격차를 0.5경기로 줄였다. 5위로 한 단계 내려선 두산 베어스(65승2무66패)와는 3.5게임차다.
레이예스는 이날 5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타율을 0.3543으로 끌어올렸다. 타격왕 경쟁자인 SSG 랜더스 기예르모 에레디아(0.3544)와 격차는 1모에 불과하다. 그뿐 아니라 올 시즌 가장 먼저 180안타(509타수) 고지를 밟으며 최다안타 타이틀 경쟁에서도 한발 앞서나갔다. 무엇보다 극강의 클러치능력을 앞세워 팀의 5강 희망을 유지한 게 가장 큰 수확이었다.
잠실|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