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김학범 감독은 2021년 2020도쿄올림픽 이후 3년 만에 복귀한 현장에서 ‘K리그1 잔류’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그는 “비로소 다음 시즌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고 안도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제주 유나이티드 김학범 감독(64)은 K리그1과 K리그2 25개 구단을 통틀어 최고령 사령탑이다. 과거 성남FC, 광주FC,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 등을 역임하며 산전수전을 모두 겪었다. 그런 김 감독도 “올 시즌이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할 정도로 K리그1 생존기는 힘겨웠다.
제주는 3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벌어진 대구FC와 ‘하나은행 K리그1 2024’ 36라운드 원정경기에서 2-2로 비겼다. 이날 무승부로 제주는 15승3무18패, 승점 48로 7위를 지키며 조기에 잔류를 확정했다. 시즌 종료까지 2경기만을 남겨놓은 가운데 10위로 제자리걸음을 한 대구(9승13무14패·승점 40)와 승점차를 8로 유지한 덕분이다.
2021년 2020도쿄올림픽 이후 3년 만에 복귀한 현장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처절했던 잔류 경쟁을 비로소 마쳤지만, 김 감독의 얼굴에는 후련함보다는 피로감이 역력했다. 시즌 내내 부상자가 속출해 온전한 라인업과 전술을 꺼내기 힘들었고, 여름이적시장에서도 전력 보강이 여의찮아 마음고생이 심했던 탓이다. 1992년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후 30년 넘게 ‘축구 전쟁터’를 누빈 백전노장이지만, 잔류 경쟁의 중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김 감독은 대구전을 마친 뒤 “시즌 개막 직후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다 죽어나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겨웠다”며 “우리가 올 시즌 15승을 거뒀지만 5위 포항 스틸러스와 6위 수원FC(이상 14승)보다 더 많이 이기고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파이널 라운드 그룹B(7~12위) 개막 이후 겨우 치고 올라오면서 잔류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지칠 대로 지쳤지만, ‘왕년의 승부사’답게 벌써 다음 시즌을 바라보고 있다. 김 감독은 “잔류했으니 내년 시즌 준비에 나서야 한다. 선수 영입과 재계약 등도 신경 써야 하고, 팀에 변화도 줘야 한다”며 “다음 시즌 준비가 늦었다는 생각도 들지만,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이렇게 힘든 시즌을 보냈으니, 올해의 고통이 다음 시즌 도약의 자양분이 되길 기대해본다”고 힘주어 말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