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베테랑 이용래(왼쪽)가 1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충남아산과 K리그 승강 PO 2차전 도중 드리블을 하고 있다. 대구는 ‘헌신의 아이콘’과 2025시즌도 함께한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화려하지도, 번뜩이지도 않는다. 공격 포인트가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함께하면 누구보다 든든하고 믿음직스럽다. 대구FC 베테랑 미드필더 이용래(38)가 그런 존재다. 1986년생,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불혹인데 경쟁력은 그대로다.
대구의 결심은 이미 섰다. 재계약 절차는 아직 마치지 않았으나, 2025시즌에도 이용래는 대구 유니폼을 입고 K리그1 무대를 누빈다. 앞서 박창현 대구 감독은 “더 뛰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고, 선수는 “(감독님) 구상에 내가 있다면 현역 생활을 이어갈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동행은 지극히 상식적 결정이다. 특히 이용래는 이번 시즌 강등 위기에 놓인 팀을 구했다. 1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충남아산과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다. 1차전 원정경기에서 3-4로 패한 대구는 2차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3-1로 이겨 합계 스코어 6-5로 K리그1 잔류에 성공했다. 이용래는 2차전 후반 38분 에드가의 득점을 도왔다. 코너킥 이후 상황에서 흐른 볼을 오른발 슛으로 연결한 것이 에드가의 뒷발을 맞고 골로 이어졌으니, 득점의 지분은 9할에 가까웠다.
당시 이용래는 “득점으로 연결되고 눈물이 났다. 이 경기가 잘못된다면 정말 속상할 것 같았다. 진짜 마지막 승부라고 생각하며 더 열심히 뛰었다. 좋은 마무리가 이뤄져 기쁘다. 모두가 합심해 고생한 결과”라며 잔류 소감을 밝혔다. 이어 “어느 정도 경쟁력은 어필했다고 본다. 아직 (선수) 욕심이 있다. 축구가 더 재미있다”며 강력한 현역 연장 의지를 전했다.
2021시즌부터 대구와 함께한 이용래의 공식 직함은 ‘플레잉코치’다. 지난해 태국에서 교육 이수 후 아시아축구연맹(AFC) 지도자 A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물론 대구 입단 때부터 팀 내에선 줄곧 플레잉코치로 불렸으나, 2022시즌까지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정한 자격 요건(자격증 소지)을 채우지 못해 선수로만 인정받았다.
어느덧 이용래는 올해 18경기를 포함해 대구에서만 K리그 99경기를 뛰었다. 이제 100경기, 아니 그 이상을 바라본다. 언제 멈출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지금 당장은 아니다. “늘 내가 할 역할은 있다. 힘들 때 도울 수 있다”는 이용래를 대구는 향후 정식 지도자로도 성장시킬 계획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