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구자욱은 올 시즌 커리어 하이 기록을 남겼다. 비 FA 다년 계약을 체결한 뒤 최근 2년간 빼어난 성적으로 구단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스포츠동아DB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31)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원클럽맨’이다. 2012년 삼성에 입단한 뒤로 꾸준히 간판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2021시즌을 마치고는 비 프리에이전트(FA)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 FA 자격 취득 1년을 남기고 5년 총액 120억 원에 사인했다.
구자욱은 비 FA 다년 계약 이후 꾸준히 호성적을 거두고 있다. 2022년에는 99경기에서 타율 0.293, 5홈런, 3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41로 조금은 아쉬웠지만, 2023년부터는 확실히 달라졌다. 지난해 타율 0.336, 11홈런, 71타점, OPS 0.901로 골든글러브 외야수 한 자리를 차지했다. 올 시즌 성적은 훨씬 더 좋다. 타율 0.343, 33홈런, 115타점, OPS 1.044다. 타율을 제외한 홈런, 타점, 장타율(0.627), 안타(169개)는 모두 커리어 하이다. 2년 연속 골든글러브도 받았다.
KBO리그에 비 FA 다년계약이 도입된 이후 많은 선수가 혜택을 누렸다. 각 구단은 주요 선수들에게 일찌감치 돈 보따리를 안겨 꾸준히 활약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그러나 모두가 걸맞은 활약을 펼친 것은 아니다. 비 FA 다년 계약을 맺은 뒤 부상과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은 선수도 적지 않다. 여전히 원래의 모습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선수도 있다.
하지만 구자욱은 펄펄 날고 있다. 최근 2년간 커리어에 고점을 찍고 있다. 올 시즌에는 거포로까지 변신하며 삼성을 넘어 KBO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의 이미지를 굳혔다. 게다가 올해는 주장을 맡아 리더십까지 발휘했고, 삼성이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한 데 이어 한국시리즈(KS)에 오르는 데도 큰 힘을 보탰다. 불의의 부상으로 포스트시즌(PS) 2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출전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팀과 동행하며 덕아웃에서 동료들을 응원하고 지원했다.
‘삼성 왕조’ 시절에 입단한 구자욱은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1군 무대에서 활약했다. 아쉽게도 삼성은 2016년부터 암흑기로 접어들었다. 왕조의 주축들이 하나둘 팀을 떠났고, 구자욱은 미래를 책임질 선수로 지목됐다. 그처럼 어려운 시기를 지나 그는 선수단을 이끄는 주장이자, 삼성을 대표하는 간판스타가 됐다. 옛 영광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경기장 안팎에서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내며 명가 부활에 앞장서고 있다. 삼성이 구자욱과 체결한 비 FA 다년 계약이 ‘혜자 계약’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