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원종현. 사진제공|키움 히어로즈
키움 히어로즈 우완투수 원종현(38)은 NC 다이노스에서 뛰었던 2022년까지 팀을 대표하는 불펜투수였다. 1군 데뷔 첫해였던 2014년부터 73경기에 등판했고, 대장암 치료를 마치고 돌아온 2016년부터 2022년까지 7년 연속 50경기 이상 마운드에 오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2년 연속(2019~2020년) 30세이브를 따내며 리그 정상급 마무리투수로도 인정받았다. 2022시즌이 끝난 뒤에는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키움과 4년 총액 25억 원에 계약했다.
그러나 키움 유니폼을 입은 뒤로는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2023년 20경기에서 1승1패6홀드, 평균자책점(ERA) 5.79의 성적을 남기고 팔꿈치 인대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았다. 계약 기간 4년 중 절반은 아쉬움만 가득 남겼다. 원종현은 “그동안은 아파서 못 하지 않았냐”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키움은 원종현을 영입하며 짜임새 있고 강한 계투진 구축을 꿈꿨다. 한국시리즈(KS) 무대를 밟았던 2022시즌의 기세를 이어가겠다는 의지이기도 했다. 그러나 2023시즌 원종현을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했고, 정규시즌 최하위(10위·58승86패)에 머물렀다. 팀 불펜 ERA도 9위(4.94)에 그쳤다. 2024시즌 팀 불펜 ERA는 최하위(6.02)였다.
원종현이 재활에 집중하는 동안 임창민(삼성 라이온즈)과 조상우(KIA 타이거즈) 등 핵심 불펜투수들이 모두 팀을 떠났다. 올해는 주승우와 김성민 등 젊은 투수들이 주축이 돼야 한다. 여기에 원종현이 좋았을 때의 모습으로 돌아온다면 불펜의 무게감은 완전히 달라진다. 2024시즌 막판 1군 4경기에 등판해 실전 감각을 익힌 것도 적응 과정의 일부였다.
원종현은 “무엇보다 안 아픈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좋은 기량이 나오지 않겠느냐”며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활을 마치고 2군에서 준비할 수도 있었지만, (홍원기) 감독님께서 빨리 불러주셔서 좋았다”며 “1군에서 긴장감을 갖고 던지는 게 스피드를 붙이는 데도 도움이 된 것 같다. 조금이라도 경험하고 캠프를 준비한 게 훨씬 좋았다”고 덧붙였다.
키움 이적 후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이 진하게 남아있다. 그만큼 올 시즌을 준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절치부심하며 모든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원종현은 “그동안 아파서 못 했으니까, 올해는 내가 동료들을 많이 도와야 하지 않겠나. 더 열심히 해서 다시 기회를 잡아야 한다”며 “젊은 투수들도 많아졌고, 어느새 투수조 최고참이다. 필요하다면 조언도 해주면서 힘을 모으겠다. 아프지만 않다면 언제든 내 공을 다시 던질 수 있다는 느낌이 있으니 잘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원종현(왼쪽). 사진제공|키움 히어로즈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