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남 아본단자의 리더십, 마침내 일군 V리그 우승 드라마

입력 2025-04-09 21: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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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이 8일 우승 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고 있다. 그는 흥국생명에서 3시즌을 보낸 끝에 팀을 처음으로 정상에 올려 놓았다.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이 8일 우승 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고 있다. 그는 흥국생명에서 3시즌을 보낸 끝에 팀을 처음으로 정상에 올려 놓았다.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55·이탈리아)이 마침내 V리그 정상에 섰다. 지난 2시즌 동안 자신을 짓누른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기어이 챔피언 결정전(5전3선승제) 우승을 거머쥐었다.

흥국생명은 8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벌어진 정관장과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프 최종 5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2로 승리하며 우승했다. 통산 5번째 챔프전 우승이자, 4번째 통합우승이다.

이번 우승은 아본단자 감독에게도 의미가 깊다. 튀르키예~아제르바이잔~이탈리아~폴란드 등 여러 무대에서 숱한 우승을 경험한 그는 한국에서도 트로피를 추가했다. 2022~2023시즌부터 흥국생명 지휘봉을 잡은 뒤 2시즌 연속 챔프전 우승 문턱 앞에서 좌절한 탓에 상처가 깊었지만, 드디어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고 환하게 웃었다.

잇따른 준우승에 실망할 법도 했지만, 아본단자 감독의 열정은 꺾이지 않았다. 이번 시즌 내내 ‘우승을 위해선 무엇이든 하겠다’며 강한 집념을 드러냈다. 때로는 코트에서 과하다 싶을 정도의 액션을 보였고, 틀에 얽매인 채 실력 향상이 더딘 선수들에게는 직설적 표현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열정만 앞세우진 않았다. 데이터에 기반한 오더 구성과 김연경에만 의존하지 않는 전략으로 변수를 하나씩 지워갔다. 성공작으로 평가받은 리베로 박수연과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최은지의 원포인트 서버 기용, 리베로 도수빈의 아웃사이드 히터 전향 등 모두 확신을 갖고 마련한 전략이었다.

그 과정에서 선수들이 사령탑의 의지에 응답하면서 ‘준우승 트라우마’를 말끔히 씻어냈다. 김연경은 물론 수많은 트레이드와 실험 끝에 찾아낸 세터 이고은과 리베로 신연경, 김연경의 파트너로 거듭난 아웃사이드 히터 정윤주 등이 아본단자 감독이 연출한 우승 드라마의 주연으로 활약했다.

이제 흥국생명과 아본단자 감독에게는 한국도로공사와 2022~2023시즌 챔프전에서 당한 리퍼스 스윕 패배, 현대건설과 2023~2024시즌 챔프전에서 맛본 3경기 연속 풀세트 패배는 그저 잠깐의 시련으로만 남게 됐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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