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트루시에 전 일본축구대표팀 감독이 14일 TV 프로그램 ‘사커루’에 출연했다. 일본대표팀을 향한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자신이 지휘봉을 잡았던 2002한·일월드컵 당시 비화를 공개하며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사진출처|필립 트루시에 공식 SNS

필립 트루시에 전 일본축구대표팀 감독이 14일 TV 프로그램 ‘사커루’에 출연했다. 일본대표팀을 향한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자신이 지휘봉을 잡았던 2002한·일월드컵 당시 비화를 공개하며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사진출처|필립 트루시에 공식 SNS


필립 트루시에 전 일본축구대표팀 감독(70·프랑스)이 일본대표팀을 향한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자신이 지휘봉을 잡았던 2002한·일월드컵 당시 비화를 공개하며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일본 매체 스포츠닛폰은 16일 “트루시에 전 일본대표팀 감독이 14일 TV 프로그램 ‘사커루’에 출연해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대표팀 감독과 선수들을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미래가 밝다는 덕담까지 더했다”고 보도했다.

트루시에 감독은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일본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20세 이하(U-20), U-23 일본대표팀까지 이끌며 재임 기간동안 1999 나이지리아 U-20 월드컵 준우승, 2000시드니올림픽 8강, 2001 한·일 컨페더레이션스컵 준우승, 2002한·일월드컵 16강을 일궈냈다. 일본축구의 첫 황금기를 연 주역이다.

트루시에 감독은 ‘사커루’에서 일본대표팀을 꾸준히 관찰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모리야스 감독의 용병술이 가장 인상깊었던 경기는 독일과 2022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E조 1차전(일본 2-1 승)이었다. 교체전략이 눈에 띄었는데, 이후에도 모리야스 감독이 이토 준야(스타드 드 랭스)와 도안 리쓰(프라이부르크)를 어떻게 기용하는지 눈여겨보고 있다”며 “아직 언론에서 말하는만큼 강한 수준은 아니다. 이걸 모리야스 감독도 의식하는 듯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코칭스태프의 전술적 감각과 선수들의 역량이 글로벌하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트루시에 감독은 “일본은 유럽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유소년 수준에선 국제적인 코치가 많지 않다. 그러나 해외축구를 배우려는 일본 코치들의 의지와 글로벌 트렌드를 흡수하는 능력을 높게 평가한다”며 “이 같은 코칭스태프의 역량 덕분에 선수들이 어린 나이에 유럽 진출을 하더라도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유소년 팀에서 1~2년을 보낸 뒤, 곧장 유럽으로 이적하자마자 제 기량을 펼치는 건 쉽지 않다. 현재 해외파가 120명이 이르는 것으로 아는데, 이들이 선수 생활을 마치고 코치가 되면 일본 축구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일월드컵 당시의 비화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당시 일본은 조별리그 H조에서 벨기에(2-2 무)~러시아(1-0 승)~튀니지(2-0 승)를 맞아 2승1무, 승점 7로 1위로 16강에 올랐다. 사상 첫 16강이었다. 그러나 16강에서 복병 튀르키예를 맞아 0-1로 패해 대회를 마감했다.

트루시에 감독은 “한·일월드컵 16강은 4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본 순간이었다. 사실 튀니지전을 앞두고 (신체적으로 일본보다 우세한) 아프리카 팀과 맞대결이라 스트레스가 컸지만, 흔들리지 않았다”며 “다만 16강전을 되돌아보면 후회가 많다. 그 전까지 투톱을 구사했지만, 튀르키예전에서 니시자와 아키노리(당시 세레소 오사카)를 원톱에 놓고 산토스(당시 시미즈 에스펄스)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놓은 게 패착이었다”고 돌아봤다.

튀르키예전에서 후회되는 점을 놓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트루시에 감독은 “사실 튀르키예와 16강을 예상하지 못했다. 애초 예상은 일본이 H조 2위로 진출해 C조 1위 브라질을 만나는 것이었지만, H조 1위를 차지하는 바람에 C조 2위 튀르키예를 만나게 됐다. 브라질을 만났더라면 원래대로 투톱을 가동했을텐데, 너무 어렵게 생각하다보니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며 “튀르키예전에서 이상하리만치 침착했고 선수들에게 ‘이제부터는 모두에게 맡기겠다’고 말했다. 돌이켜보면 튀르키예를 맞아서도 평소처럼 선수들에게 소리도 지르고, ‘평소처럼 플레이하라’고 지시했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