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후라도는 올 시즌 가장 불운한 투수로 꼽힌다. 선발등판한 5경기에서 모두 QS를 기록하고도 1승(3패)에 그쳤고, 팀도 1승4패로 부진했다. 그가 등판하는 날 9이닝당 득점지원이 3.7점에 불과한 타선이 야속하기만 하다. 스포츠동아 DB
선발투수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경기 초반 팀이 승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강력한 구위와 별개로 경기운영능력이 선발투수의 가치를 판단하는 요소 중 하나인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투수의 기록은 동료의 도움 없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평균자책점(ERA)은 야수들의 수비력에 따라 좌우된다. 탈삼진 역시 포수의 안정적인 포구와 블로킹이 필요한 기록이다. 승리는 본인의 호투와 타선, 불펜의 도움이 모두 어우러져야 가능하다.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투수 아리엘 후라도(29)는 좀처럼 동료의 도움을 받지 못한 투수다. 올 시즌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투수 중 가장 불운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5경기에서 1완투 포함 모두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1승(3패)에 그쳤다. 세부 기록 또한 ERA 2.38, 피안타율 0.234, 이닝당 출루허용(WHIP) 1.06, 31탈삼진, 6볼넷 등으로 흠 잡을 데가 없기에 더 아쉽다.
선발등판 시 팀 성적도 1승4패다. 3차례 QS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하고는 등 팀이 승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도 남았지만, 한 차례를 제외하면 결과는 늘 슬펐다. 애초에 후라도의 승패에 불펜이 관여한 경기가 한 차례도 없다. 9이닝당 득점 지원도 3.7점에 불과했다. 그나마 후라도의 첫 등판이었던 지난달 22일 대구 키움 히어로즈와 개막전에서 13점을 지원받았지만, 이후 후라도가 선발등판한 4경기에서 팀의 합산 득점은 단 2점이었다. 경기당 0.5점이다. 실점하지 않고 버티지 않는 이상 이길 수가 없는 구조였다. ‘크라이 모드’가 따로 없다.
후라도는 지난 시즌(키움)에도 선발등판한 30경기에서 QS 23회, QS+ 13회를 기록하고도 간신히 10승(8패)에 턱걸이했을 정도로 운이 따르지 않았다. 지난해 최하위(10위)에 머문 키움의 전력이 약했기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지만, 올해 삼성은 우승후보로까지 거론되는 팀이다. 에이스가 매 경기 제 몫을 해내고도 팀이 이기지 못하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도 타격이 적지 않다. 삼성 입장에서도 ‘좋은 투수’를 뽑은 것만은 분명한데, 팀 차원의 결과가 나오지 않으니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박진만 삼성 감독도 후라도의 불운을 바라보며 누구보다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는 “후라도가 언젠가는 타선의 도움으로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지금 보니까 승리를 제외한 모든 지표에서 다 상위권이지 않나. 본인이 가진 퍼포먼스는 다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기 살리기에 나섰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Copyright © 스포츠동아.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하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