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V리그에서 봄배구에 올랐으나 챔피언 결정전 진출에 실패한 KB손해보험은 더 이상 들러리로 남지 않기 위해 FA 시장에서 ‘큰손’ 역할을 했다. 공수를 겸비한 공격수 임성진을 외부 FA로 데려왔고, 황택의와 정민수를 다 잡으면서 강한 우승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제공|KOVO

지난 시즌 V리그에서 봄배구에 올랐으나 챔피언 결정전 진출에 실패한 KB손해보험은 더 이상 들러리로 남지 않기 위해 FA 시장에서 ‘큰손’ 역할을 했다. 공수를 겸비한 공격수 임성진을 외부 FA로 데려왔고, 황택의와 정민수를 다 잡으면서 강한 우승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제공|KOVO



KB손해보험은 V리그 남자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행보를 보였다. 집토끼와 외부 FA 대어를 두루 잡아 프리시즌을 화끈하게 열었다.

KB손해보험은 이번 FA시장 최대어로 꼽힌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임성진(26)을 한국전력에서 데려왔다. 기본연봉 6억5000만 원에 옵션 2억 원을 포함한 총액 8억5000만 원을 투자한 결과다. 실력에 수려한 외모를 가진 임성진은 V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베스트7 국가대표 세터 황택의(29)와 연봉 9억 원과 옵션 3억 원 등 연간 보수총액 12억 원에 재계약했다. 지난해 대한항공 베테랑 한선수(40)의 10억8000만 원(연봉 7억5000만 원+옵션 3억3000만 원)을 넘어선 국내 최고 대우다.

또 리베로 정민수(34)도 연봉 3억5000만 원, 옵션 1억 원에 잔류시켰다. 이 정도면 V리그의 ‘대표 큰손’으로 통하는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에 버금가는 투자다. KB손해보험이 과감하게 지갑을 열고 스타들을 모은 이유는 간단하다. 우승 의지다.

KB손해보험은 2024~2025시즌 초반 사령탑 문제로 홍역을 겪고, 홈구장 의정부체육관이 안전 문제로 폐쇄되는 돌발 변수를 겪었으나 정규리그 중반부터 상승세를 타며 최종 2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그러나 마무리는 2% 부족했다. 정규리그 3위 대한항공과 플레이오프에서 패하며 챔피언 결정전에 오르지 못했다. 최하위로 고개를 딸궜던 직전 시즌을 돌아보면 엄청난 도약이지만 씁쓸함이 많이 남았다. 레오나르도 아폰소 KB손해보험 감독이 챔피언 결정전 현장을 찾아 ‘남의 잔치’를 지켜보면서 다음 시즌의 재도전을 기약한 이유다.

일단 새 시즌의 출발이 좋다. 임성진은 2024~2025시즌 한국전력에서 득점 7위(484점), 공격종합 10위(성공률 45.99%)9%)로 맹활약했다. 수비 3위(세트당 4.13개), 디그 4위(세트당 1.84개)로 공수를 겸비한 자원이다. 이만한 FA 카드는 없다.

물론 KB손해보험은 그 외에도 출중한 자원들을 두루 보유했다. 다음달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진행될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을 통해 재계약이 유력한 외국인 주포 비예나와 아시아쿼터로 재계약한 야쿱, 토종 공격수 나경복이 있다. 배구인들은 “통합우승에 성공한 현대캐피탈이나 대한항공이 부럽지 않은 전력이다. KB손해보험이 훨씬 강해졌다”고 기대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