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오른쪽)은 2016년 부임 후 처음으로 무관으로 시즌을 마치게 됐다. 맨시티는 크리스탈 팰리스와 잉글랜드 FA컵 결승전에서 패해 마지막 우승 희망이 날아갔다. 사진출처|맨체스터 시티 페이스북
어지간히 패배의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펩 과르디올라 감독과 크리스탈 팰리스 골키퍼(GK) 딘 헨더슨이 2024~2025시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결승전이 끝난 뒤 언쟁을 벌이는 흔치 않은 장면이 목격돼 화제를 모았다.
크리스탈 팰리스는 18일(한국시간)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FA컵 결승에서 맨시티를 1-0으로 꺾고 정상에 섰다. 창단 120년 만의 첫 메이저 대회 트로피다. 객관적인 전력과 우승 이력 등 모든 걸 고려했을 때 맨시티의 압도적 우위가 점쳐졌지만 대회의 마지막 주인공은 크리스탈 팰리스였다.
크리스탈 팰리스는 전반 초반 맨시티의 공세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16분 시도한 딱 한 번의 역습 전개에서 결승골을 뽑았다. 다니엘 무뇨스가 오른쪽 측면에서 낮게 연결한 크로스를 에베레치 에제가 깔끔한 오른발 슛으로 마무리해 상대 골망을 갈랐다.
다급해진 맨시티는 총력전을 펼쳤고, 전반 36분 페널티킥(PK) 찬스를 얻었다. 하지만 크리스탈 팰리스에게는 든든한 수문장이 있었다. 엘링 홀란을 대신해 키커로 나선 오마르 마르무시의 킥을 헨더슨이 막아냈다. 그의 활약은 PK 선방에 머물지 않았다. 후반 막판까지 이어진 끊임없는 맨시티의 공격을 안정적으로 차단하며 팀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그런데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됐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우승 기념모자를 쓰고 환호하던 헨더슨이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다가서자 갑자기 두 사람 사이에 언쟁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이 삿대질을 하고, 크리스탈 팰리스 일부 선수들이 헨더슨을 말리는 모습도 목격됐다.
내막은 이랬다. 악수를 청하는 헨더슨에게 과르디올라 감독은 ‘시간 지연’을 거론했다고 한다. 이에 헨더슨은 “난 ‘추가시간이 (맨시티가 원하는대로) 10분이나 주어졌다’고 답했을 뿐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갑작스레 불꽃이 튄 이유다.
사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감정에 충실한 지도자다. 흥분도 잘하지만 금세 가라앉히고 차분한 태도를 보여준다. 다만 이날 경기에서 헨더슨은 눈엣가시였다. 선방쇼뿐 아니라 불필요한 행동으로 퇴장 위기를 맞기도 했다. 홀란과 단독으로 맞선 상황에서 공을 손으로 쳐낸 지점이 페널티 지역 외곽에 가까웠다. 다행히 비디오판독(VAR) 끝에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고, 끝까지 경기를 뛸 수 있었으나 만약 심판진이 명백한 골 찬스로 봤다면 레드카드를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에겐 이번 시즌은 최악이다. 2016년 부임 후 프리미어리그 6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회, FA컵 2회, 리그컵 4회 우승을 차지한 그이지만 이번 시즌은 우승 없이 마무리했다. 리그에선 리버풀에 밀려 5연패가 일찌감치 좌절됐고, 리그컵은 조기 탈락했다. UCL은 16강 플레이오프를 통과하지 못해 FA컵은 마지막 희망이었으나 고개를 숙이게 됐다. 특히 맨시티는 지난 시즌 FA컵에서도 연고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패해 준우승에 그친 바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Copyright © 스포츠동아.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하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