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손흥민(오른쪽 2번째)을 비롯한 토트넘 선수들이 24일(한국시간) 북런던 일대에서 진행된 UEL 우승 기념 카퍼레이드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보이며 팬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출처|토트넘 홋스퍼 페이스북

주장 손흥민(오른쪽 2번째)을 비롯한 토트넘 선수들이 24일(한국시간) 북런던 일대에서 진행된 UEL 우승 기념 카퍼레이드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보이며 팬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출처|토트넘 홋스퍼 페이스북


길고 긴 ‘무관의 악몽’을 벗어났지만 토트넘(잉글랜드)의 미래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대대적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어서다.

주장 손흥민이 몸담은 토트넘은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 에스타디오 산마메스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파이널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잉글랜드)를 1-0으로 꺾고 정상에 섰다.

정말 오랜만에 수확한 트로피다. 2007~2008시즌 잉글랜드 리그컵 이후 17년 만이다. 1부 리그에선 1992년 프리미어리그(EPL) 출범 이전인 1960~1961시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도 1991년이 마지막이었다. UEL 우승도 참 오래됐다. 대회 전신인 UEFA컵을 1971~1972, 1983~1984시즌 2차례 제패한 뒤 한참 동안 맥이 끊겼다.

벼랑 끝에서 값진 우승을 챙겼다. EPL에선 시즌 내내 ‘역대급 하위 경쟁’을 벌였고, FA컵과 리그컵 등 자국 내 모든 토너먼트 대회에서도 좌절을 맛봤다. 그래서 UEL 여정은 훨씬 드라마틱했다. 토트넘 선수단은 24일 에드먼턴 그린에서 홈구장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으로 이어지는 북런던 일대에서 성대한 카퍼레이드를 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UEL 왕좌 복귀가 특히 반가운 이유는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UCL) 티켓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막대한 대회 상금과 마케팅, 중계권 수익을 보장하는 ‘꿈의 무대’다. UEL 우승 직후 토트넘이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공개한 자료에는 에스타디오 산마메스 라커룸에서 제임스 매디슨 등 몇몇 주요 선수들이 UCL 공식 주제곡을 틀어놓고 출전을 기대하는 영상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번 시즌 UEL 우승의 영광을 함께 한 모두가 UCL에 출전할 것 같지 않다. 대대적인 리빌딩은 당연한 수순이다. 당장 시즌 내내 끊임없는 물음표를 양산한 리더십부터 변화를 줄 가능성이 크다. 사령탑 2년차엔 항상 트로피를 들어올렸고, 토트넘에서도 이를 증명했던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걱정하지 않는다”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으나 BBC와 가디언 등 현지 주요매체들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UCL에서도 팀을 이끌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부정적 반응이다.

게다가 선수단의 경쟁력 강화도 필수다. EPL에서도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한 지금 멤버들로는 쟁쟁한 클럽들이 경쟁하는 UCL에서 한계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일부 선수들이 떠날 수도 있다.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결승전에서 완벽한 실점을 차단한 미키 판더펜, 데얀 클루셉스키 등은 유럽 각지 빅클럽으로부터 강한 러브콜을 받고 있다. 계약 만료가 1년 앞으로 다가온 손흥민 역시 미래를 알 수 없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사실은 UCL 출전이 선수들에겐 엄청난 동기부여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떠나기로 마음 먹었던 선수들이 다시 생각을 바꿀 수도 있고, 토트넘 입단을 고민하고 있던 선수들에게는 마음의 결정을 쉽게 하도록 돕기 때문이다.

토트넘 선수들이 24일(한국시간) 북런던 일대에서 진행된 UEL 우승기념 카퍼레이드를 마친 뒤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외부에서 진행된 세리머니에서 팬들을 향해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출처|토트넘 홋스퍼 페이스북

토트넘 선수들이 24일(한국시간) 북런던 일대에서 진행된 UEL 우승기념 카퍼레이드를 마친 뒤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외부에서 진행된 세리머니에서 팬들을 향해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출처|토트넘 홋스퍼 페이스북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