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궁, 초·중·고 장애인 체육 교과서에 첫 등재
앉아서도 즐기는 K-스포츠…지체장애 학생에 최적
포용의 운동, 한궁이 만든 교실 속 변화
K-스포츠 ‘한궁’이 초·중·고등학교 장애인 체육 교과서에 공식 등재됐다.
23일 대한장애인한궁연맹(회장 허광)에 따르면, 연맹이 개발한 지체장애 학생 대상 한궁 체육 프로그램이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3학년 교사용 지도서와 고등학교 1~3학년 학생용 국정 체육 교과서에 반영됐다.

연맹은 이번 등재가 국내 장애인 체육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공교육 전반에 ‘통합’과 ‘포용’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본 프로그램은 2025학년도 2학기(9월 시작)부터 전국 초·중·고교 지체장애 학생 대상 체육 수업에 활용될 예정이다.

2006년 한국에서 창시된 한궁은 투호, 국궁, 양궁 등 한국의 전통놀이를 현대화한 생활 체육 종목이다. 남녀노소와 장애인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개발됐으며, 2021년에는 대한체육회 인정종목으로 선정됐다. 한궁 경기는 1~3미터 거리에서 양손을 번갈아 사용해 한궁핀을 타겟에 던지고, 합산 점수로 승부를 가린다.

격렬한 움직임 없이도 신체 균형과 바른 자세 유지, 집중력 향상, 미세 근육 조절 및 인지 발달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어 교육적 가치가 높다. 특히 양손과 양눈을 활용한 활동을 통해 좌뇌와 우뇌의 균형 발달을 돕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앉은 자세나 휠체어 상태에서도 안전하게 경기에 참여할 수 있어 지체장애 학생들에게 적합한 운동으로 주목받는다.

2023년 교육부 특수교육 통계에 따르면, 전국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10만8097명이며 이 중 약 1만5000명 이상이 지체장애 학생이다. 그러나 기존 학교 체육 수업은 이들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안이 부족했고, 이는 신체 활동 감소와 심리·사회적 고립 문제로 이어졌다.
한궁의 교과서 등재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장애 학생의 교육권을 보장하는 실질적인 진전으로 평가된다.

허광 대한장애인한궁연맹 회장은 “한궁은 장애 학생에게 단순한 신체 활동을 넘어, 함께 성장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교육적 기회다. 점수를 겨루며 팀워크를 배우고 실수를 통해 성장하면서 자기조절력과 사회성도 함께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궁은 비장애 학생과 같은 공간에서 평등하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학생 간 경계를 허물고 공감과 이해의 기반을 조성한다. 이는 ‘장애인의 인권이 보장된 학교 공간’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한궁을 통해 장애 학생은 근력과 유연성 향상, 집중력과 자존감 증진, 사회성 및 협동심 강화, 자기조절력과 인내심 배양 등 다양한 이점을 얻을 수 있다. 이 같은 경험은 자신감을 키우고 사회적 고립 해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등재는 대한장애인한궁연맹의 오랜 연구와 현장 실천의 결실이며, 교육부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결과다. 단순한 배려를 넘어 공교육이 제도적으로 장애인을 포용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다만, 교과서 등재에 그치지 않고 현장 교사의 역량 강화, 한궁 운동기구 확충, 시설 개선, 지속 가능한 행정적 지원과 지역사회 연계가 함께 이뤄져야 실질적인 교육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K-스포츠 한궁은 현재 장애인 복지시설과 생활체육시설 등에서도 체육 소외 계층인 지체·발달·시각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스포츠로 자리잡고 있다. 안전한 자석형 한궁핀과 디지털 점수 시스템 덕분에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으며, 전자 타겟의 유도음과 빛 기능으로 시각장애인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스포츠로 발전하고 있다.

2024년에는 동방학교에서 장애인 특수체육 프로그램으로 한궁을 적용해 특수체육 교사 직무 연수와 한궁 대회를 개최했다. 이를 통해 평택 에바다학교, 파주 자운학교 등 경기도 내 특수학교에도 프로그램이 확산되고 있다.

대한장애인한궁연맹은 “한궁은 모두가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미래형 생활 스포츠이며, 이번 체육 국정교과서 등재를 계기로 장애인 체육 교육의 새로운 흐름이 시작된 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