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 쿠처(오른쪽)가  아들 캐머런 쿠처와 함께 PNC 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뒤  나란히 챔피언 벨트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올랜도(미 플로리다주)  |  AP뉴시스

맷 쿠처(오른쪽)가 아들 캐머런 쿠처와 함께 PNC 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뒤 나란히 챔피언 벨트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올랜도(미 플로리다주) | AP뉴시스


비록 이벤트 대회 우승이지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9승을 수확한 베테랑 맷 쿠처(47·미국)에게는 정규대회 챔피언 트로피 못지않은 큰 의미가 있었다. 올 2월 하늘로 떠난 아버지와 함께 누비던 무대에서 아들과 함께 정상에 섰기 때문이다.

쿠처는 “카르마를 믿든 운명을 믿든 간에 마법 같은 일이 존재한다는 건 확실하다”며 특히 마지막 홀에서 친 샷이 홀컵 30㎝ 옆에 떨어진 것을 떠올린 뒤 “뭔가 다른 힘이 있는 것 같다. 아버지가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신다고 믿는다”며 눈물을 흘렸다.

쿠처는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리츠 칼턴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챔피언스 주최 이벤트 대회 PNC 챔피언십(총상금 108만5000달러·16억 원) 2라운드에서 아들 캐머런과 함께 호흡을 맞춰 이글 2개와 버디 14개를 잡아 18언더파를 쳤다. 이틀간 스크램블 방식(각자 티샷을 친 뒤 더 좋은 위치에 있는 공으로 다음 샷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대회에서 최종합계 33언더파 111타를 기록해 20만 달러(2억9000만 원)의 우승 상금을 받았다.

PNC 챔피언십은 메이저 대회 또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경력이 있는 남녀 선수가 가족과 함께 2인 1조 팀을 이뤄 기량을 겨루는 가족 대항 이벤트 대회.

쿠처는 2018년에는 이 대회에 아버지 피터와 함께 출전해 9위에 올랐고, 지난 2월 부친상을 당했다. 아버지와 추억이 깃든 무대에 이번엔 아마추어 골프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아들과 함께 출전해 우승감격을 누렸다. 33언더파는 지난해 베른하르트 랑거(독일)가 아들 제이슨과 함께 달성한 28언더파를 1년 만에 경신한 대회 최소타 우승 기록이다.

2019년 1월 소니오픈에서 PGA 투어 9승째를 따낸 쿠처는 이후로는 2020년 1월 아시안투어 싱가포르오픈, 2020년 12월 이벤트 대회인 QBE 슛아웃에서 정상에 오른 바 있다.

테니스 선수 출신 아버지와 함께 나선 여자골프 세계랭킹 2위 넬리 코다(미국)는 합계 25언더파 공동 4위에 올랐고, 3년 연속 우승에 도전했던 랑거 부자는 23언더파 공동 7위에 자리했다.

2023년 뇌 병변 수술을 받고 투어에 복귀한 게리 우들런드(미국)는 혈액암으로 투병했던 아버지 댄과 함께 출전해 22언더파 공동 10위를 차지해 또 다른 감동을 안겼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