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카타르월드컵 당시 브리핑에 나선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 신화뉴시스

2022카타르월드컵 당시 브리핑에 나선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 신화뉴시스



국제축구연맹(FIFA) 지아니 인판티노 회장이 영국 축구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지난달 자신이 했던 실언 탓이다.

인판티노 회장은 지난달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연설하며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불필요한 이야기를 했다. 2022카타르월드컵을 언급하며 “축구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 기간에 영국인들이 체포된 적이 없었다. 한 번 생각해보라. 이건 정말로, 정말로 특별한 일”이라고 말했다.

세계 축구계를 이끌어간다는 수장의 ‘싸구려 농담’에 영국 팬들은 엄청나게 분노했다. 곧장 영국축구서포터스협회는 “우리들에 대한 바보같은 농담을 하기보다는 저렴한 티켓을 만드는 데에나 집중하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매 대회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월드컵 입장권은 올해 북중미 대회에서 정점을 찍었다.

영국 매체들이 그 후 꾸준히 인판티노 회장의 발언을 다루고, 영국 본토는 물론 스코틀랜드와 웨일스, 북아일랜드까지 가세한 영국 전역에서 축구팬들의 비판이 확산되자 인판티노 회장은 독일 스카이뉴스를 통해 “가벼운 농담처럼 한 말이었다. 불쾌하게 만들려던 의도가 없었다. 그저 카타르월드컵이 성공적이고 평화로운 이벤트였다는 걸 말하려 했을 뿐”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오히려 인판티노 회장은 “나 또한 잉글랜드 축구의 열렬한 지지자이자 팬”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이번 인터뷰에서 인판티노 회장의 또다른 발언은 새로운 파장을 일으켰다.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2022년 이후 모든 국제대회에서 퇴출된 러시아의 복귀를 언급해서다. 이 자리서 그는 “러시아 유소년들이 국제 대회에 복귀해야 한다. 출전금지 조치 해제 방안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스포츠 인프라가 파괴된 우크라이나가 즉각 반발했음은 물론이다.

요즘 FIFA는 여기저기서 큰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중동 위기에서 자유롭지 않은 이스라엘에게도 러시아와 같은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월드컵 개최국임에도 오랜 적국인 이란과 쿠바, 베네수엘라는 물론 덴마크나 캐나다 등 우방국까지 들쑤시며 국제적 긴장관계를 확산시키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인판티노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없는 상을 제정해 수여하는 등 미국 눈치를 보느라 정신이 없다.

이에 “(이스라엘 등에 대한 추가적 출전금지는) 축구의 패배와 다름없다”던 그는 “정치 행위로 세상 어떤 나라도 축구를 금지해선 안 된다는 점을 FIFA 규약에 명시해야 한다. 분열되고 공격적인 세상에서도 축구에 대한 열정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