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 애너하임 엔젤스타디움. 벅 마르티네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미국 대표팀 감독은 “정대현을 알고 있고, 그가 선발로 나올까봐 켄 그리피 주니어, 치퍼 존스 등 좌타자를 집중 포진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마르티네스 감독이 한국 선수 중 오직 정대현을 기억한 이유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미국전이 너무나 강렬해서였다. 당시 대학 선수(경희대)로 유일하게 대표팀에 발탁된 정대현은 미국과의 예선-4강전에 연속 선발 등판, 13.2이닝 2실점 11탈삼진의 깜짝 역투를 펼쳤다. 정대현의 이런 전력을 한국도 잊을리 없기에 사활이 걸린 13일 미국전에서 승부수로 활용됐다.
5회 봉중근에 이어 등판한 정대현은 2.2이닝을 2안타 1실점으로 막아냈다. 홈런이 유일한 자책점이었고, 삼진은 6개나 잡았다. 특히 6회부터 7회까지 5타자는 전원 삼진이었다. 국제용 잠수함의 면모를 또한번 과시한 정대현이다.
베이징 | 이재국기자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