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버츠? 기민했던 로버츠 LAD 감독, PS는 역시 생물

입력 2020-10-28 17: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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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감독 부임 5년차. 앞선 2번의 월드시리즈(WS)에선 한두 걸음 늦은 운영으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3번째 도전은 달랐다. 기민한 움직임으로 상대의 허를 찌르며 드디어 우승반지를 거머쥐었다. 상대가 변칙과 빠른 템포로 무장한 팀이라 더욱 의미 있는 변화였다. 데이브 로버츠(48) LA 다저스 감독이 증명했듯, 단기전은 ‘생물’이다.

다저스는 28일(한국시간)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WS 6차전에서 탬파베이 레이스를 3-1로 누르고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1988년 이후 32년 만에 팀 역사에 7번째 우승을 새겼다. 로버츠 감독은 2017~2018년 2연속시즌 WS 준우승의 한도 풀었다.

한국 팬들에게 로버츠 감독은 ‘돌버츠(돌머리+로버츠)’로 불렸다. 한 발 늦은 투수교체에 지나친 ‘좌우놀이’로 비판받았다. 비단 한국 팬들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2018년 WS 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감독이 실수했다”며 다저스의 마운드 운용을 꼬집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딴에는 야구팬의 한 명으로서 개인적 공간에 올렸다고 항변할 수 있지만, 미국 행정부의 수반이라는 자리 때문에 해당 발언의 파급력은 상당했다. 로버츠 감독으로선 달가울 리 없었다.

올해 WS에선 달라졌다. 특히 5차전이 백미로 꼽힌다. 다저스는 4-2로 앞선 6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클레이튼 커쇼를 내리고 더스틴 메이를 투입했다. 당시 커쇼의 투구수는 85개. 로버츠 감독이 마운드로 향하자 커쇼는 물론 저스틴 터너를 비롯한 내야진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고, 관중석에선 야유가 터져 나왔다. 그럼에도 로버츠 감독의 의지는 굳건했다. 그리고 불펜은 남은 3.1이닝을 깔끔하게 막아냈다. 승리 후 로버츠 감독의 “감정 탓에 계획을 바꿀 수 없었다”는 말에 다저스 팬들도 수긍했다. 커쇼는 5차전 깔끔한 마무리 덕분에 올해 포스트시즌(PS) 5경기에서 4승1패, 평균자책점 2.93을 기록하며 가을 악몽을 깼다. 또 로버츠 감독은 5차전에서 그토록 의존도가 높던 켄리 잰슨 대신 블레이크 트라이넨에게 3연투를 맡겼고, 이 선택도 적중했다.

정규시즌은 물론 PS에서도 한 발짝 빠른 투수교체로 재미를 봐온 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과 대조됐던 장면이다. 캐시 감독은 이날 6차전 1-0으로 앞선 6회말 1사 1루서 선발투수 블레이크 스넬을 조기강판했다. 결과론이지만, 현지 언론에선 이 장면을 탬파베이의 패인으로 꼽는다.

역시 PS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템포로 빠르게 살아 움직인다. 로버츠 감독은 3번째 도전에서 앞선 2차례 실패와 달라졌고,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는 바다 건너 KBO리그에도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WS가 끝났지만 KBO리그의 가을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KBO리그가 올 가을 어떤 변화무쌍한 변칙과 스토리로 팬들을 놀라게 할지 기대되는 이유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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