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과 절차보다 중요했던 ‘한 사람을 위한 설득’…전력강화위원회의 ‘유명무실’ 또 한번 실감

입력 2024-07-29 16: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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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발전위원장 및 기술총괄이사가 8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홍명보 감독 선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발전위원장 및 기술총괄이사가 8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홍명보 감독 선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29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홍명보 축구국가대표팀 감독(55)의 취임 기자회견에서 증명된 확실한 사실 하나는 대한축구협회(KFA)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는 현 체제에선 필요가 없는 기구라는 점이다.

KFA 국가대표팀 운영 규정 제12조 2항에는 ‘대표팀의 감독은 전력강화위원회 또는 기술발전위원회의 추천으로 이사회가 선임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중 남녀 A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은 전력강화위가 담당한다. 기술발전위는 17세 이하 연령별 대표팀에만 관여할 수 있다. 하지만 ‘포스트 클린스만’ 인선 과정에서 전력강화위는 철저히 무시됐다.

2월 정해성 위원장을 필두로 전력강화위가 구성돼 약 10차례 회의를 했다. 일부 위원의 추천을 통해 제시 마치 감독(현 캐나다대표팀), 거스 포옛 감독(우루과이), 다비트 바그너 감독(독일) 등 여러 지도자들이 하마평에 올랐다. 하지만 6월 말 정 위원장이 돌연 사퇴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임생 KFA 기술발전위원장 및 기술총괄이사는 “정몽규 회장으로부터 감독 선임에 대한 전권을 부여받았다”며 홍 감독 선임 배경을 밝혔다.

홍 감독은 이날 취임 기자회견에서 “(7월) 5일 이임생 이사가 내 집 앞에 찾아와 한국축구 기술철학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도 이에 대한 생각을 밝혔고, 밤새 고민한 끝에 감독직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결국 합리적 기준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을 위한 설득’으로 감독이 선임됐다는 말이 증명된 셈이다.

홍 감독은 ‘다른 최종 후보들을 제치고 자신이 선임된 이유’에 대한 질문에 “이 이사는 내게 한국축구 기술철학인 MIK(Made In Korea)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나도 대표팀 감독과 KFA 전무이사를 지내면서 이에 공감했고, 내가 (감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답변으로 갈음했다. MIK는 한국축구만의 독자적 플레이스타일을 구축하고, A대표팀과 각급 연령별 대표팀까지 이를 공유하고자 하는 KFA의 프로젝트다.

대표팀 감독 선임을 위해 존재했던 전력강화위는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홍 감독만의 특장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가 다른 최종 후보들을 제칠 수 있었던 근거는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절차, 과정, 시스템을 모조리 무너뜨린 뒤 오로지 한 사람을 위한 설득만 진행하고 감독을 선임한 KFA의 졸속행정이 또 한번 증명된 기자회견이었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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