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니아 축구팬들이 25일(한국시간) 뒤셀도르프 라인강 인근 유로2024 팬존에서 자국대표팀을 위한 다양한 응원가를 부르고 있다. 알바니아는 이날 뒤셀도르프 아레나에서 스페인과 조별리그 B조 3차전을 치렀다. 뒤셀도르프(독일)|남장현 기자
K리그에서 활약이 2024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4) 출전으로 이어졌다. 주인공은 알바니아의 ‘특급 날개’ 자시르 아사니(29)다.
지난해 1월 K리그1 광주FC에 입단한 아사니는 33경기에서 7골·3도움으로 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진출에 앞장섰다. 머나먼 동아시아에서 맹활약하던 그를 알바니아대표팀이 주목했다. 2014년 마케도니아 21세 이하(U-21) 대표팀과 2016년 알바니아 U-21 대표팀을 거친 그는 지난해 3월 처음 A매치에 데뷔했다.
짧은 동행이 아니었다. 알바니아는 꾸준히 아사니를 호출했다. 왼발잡이로 좌우 측면을 모두 커버하는 재능을 높이 평가했다. 유로2024 본선 이전까지 13차례 A매치를 소화한 그는 4골·4도움을 올렸다. 그 중 유로 예선 8경기에서도 3골·3도움을 기록했다.
위기는 있었다. 올 시즌 K리그1 1경기에만 나섰다. 이정효 광주 감독은 컨디션 문제, 부족한 멘탈을 이유로 댔다. 그럼에도 아사니의 대표팀 내 입지는 흔들리지 않았다. 2016년 이후 8년 만에 2번째 유로 본선에 도전한 알바니아는 아사니를 호출했다.
기대대로 가치를 입증했다. 아사니는 이탈리아에 1-2로 패한 대회 조별리그 B조 1차전에 선발출전해 68분을 소화했다. 2골씩 주고받은 크로아티아와 2차전에선 전반 11분 차짐 라치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한 뒤 64분을 뛰고 벤치로 돌아갔다.
아사니는 25일(한국시간) 독일 뒤셀도르프 아레나에서 열린 스페인과 B조 최종전에서도 인상적 모습을 보였다. 경기 전 “우리는 잃을 것이 없다. 스페인은 높은 레벨의 팀이지만 알바니아도 발전할 수 있는 계기”라며 의지를 불태운 그는 81분간 자신감 넘치는 돌파와 과감한 볼 터치로 큰 호응을 얻었다. 알바니아는 0-1 석패로 1무2패, 승점 1로 조별리그를 마쳤으나 아사니는 충분히 돋보였다.
대표팀 사랑이 유별난 알바니아인들은 유로2024에서 ‘K리거’ 아사니에게 많은 응원을 보냈다. 사진출처|유럽축구연맹(UEFA)
알바니아인들의 진한 ‘아사니 사랑’은 현장에서 확인됐다. 뒤셀도르프 아레나 스탠드의 60% 이상을 점유한 알바니아 팬들은 아사니가 공을 잡을 때면 큰 함성과 굉음으로 기운을 북돋았고, 다양한 응원가로 애정을 드러냈다. 교체 사인이 들어오자 시간을 아끼려고 멀리 돌아나온 아사니에게 엄청난 박수가 쏟아진 것은 물론이다.
이제 관심은 ‘인생게임’을 뛴 아사니의 미래다. 유럽 클럽들은 이미 K리그의 ‘숨은 보석’을 주목하고 있다. 알바니아 언론은 여름이적시장을 통해 아사니가 유럽으로 복귀하리라고 전망했다. 라스 팔마스(스페인) 등이 행선지 후보로 거론된 가운데 광주는 일단 ‘보류’ 입장을 밝힌 상태다. 계약기간은 올해로 끝나지만, 구단이 보유한 연장 옵션을 발동하면 2025년까지다.
뒤셀도르프(독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