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7-18 도드람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 완승을 거둔 후 흥국생명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흥국생명은 5라운드까지 25경기에서 17승8패(승점 51)를 기록했다. 2위 도로공사, 3위 IBK기업은행(이상 승점 45)과 승점 차는 6이다. 2경기 정도의 여유를 벌어둔 채 5라운드를 마무리한 것이다. 5라운드 최종전이었던 13일 GS칼텍스전에서 세트스코어 3-0으로 승리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5경기가 남았기 때문에 무엇도 장담할 수는 없지만, 급격한 슬럼프에 빠지지 않으면 정규리그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다. 거기에 경기력까지 완성됐고, 일정도 나쁘지 않다. 흥국생명의 6라운드 첫 경기는 23일 GS칼텍스전이다. 13일 경기 후 열흘만의 실전이다. 시즌 초중반이라면 경기 감각 저하를 걱정했을 수도 있지만, 막바지에서는 하루라도 더 쉬는 것이 이득이다. 전문가들이 “흥국생명의 정규리그 1위 가능성이 가장 높다. 7부능선을 넘었다고 해도 좋다”고 내다보는 이유다.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 스포츠동아DB
하지만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이러한 이야기에 격하게 손사래를 저었다. 13일 GS칼텍스전 이후 “물론 진 것보다는 이긴 것이 심적으로 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말 아주 조금이다. 방심할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솔직히 어제(12일)는 나와 선수단 모두 긴장상태였다”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만일 GS칼텍스 상대로 패했다면 두 팀은 승점 2 차이로 바짝 좁혀졌다. 한 경기 만에 뒤집힐 수 있는 격차다. 때문에 초긴장 상태였고, 이는 긍정적 결과로 이어졌다. 박 감독은 “6라운드 내내 12일의 마음가짐으로 하겠다”고 다짐했다.
상징적인 장면이 있다. 13일 경기에서 흥국생명은 1세트를 따냈다. 2세트 시작과 동시에 상대를 몰아쳤고 8-0으로 첫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을 얻었다. 12-3으로 앞선 상황, 한 점을 내주자 박미희 감독은 작전타임을 불렀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선수들이 행여 방심할 수 있었다. 우리가 8점을 내리 냈듯이 상대라고 못할 건 없다. 감독이 해줄 수 있는 역할은 딱 그런 것 아니겠나”라고 밝혔다. 결코 방심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다. 이재영 역시 “5라운드를 좋은 결과로 마쳤지만 백지 상태라고 생각한다. 장담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1위를 달리는 팀이 방심해서 무너지는 사례는 종목을 막론하고 숱했다. 흥국생명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이 절실함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