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출국하는 여자배구대표팀 대타 이효희·이나연에 걸린 운명

입력 2019-07-30 08: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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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공사 이효희(왼쪽)-IBK기업은행 이나연. 스포츠동아DB

도로공사 이효희(왼쪽)-IBK기업은행 이나연. 스포츠동아DB

2020도쿄올림픽 대륙간예선전을 일주일 앞두고 2명 세터가 모두 탈이 나는 사상 초유의 일을 겪은 여자배구대표팀을 구하기 위해 이효희와 이나연이 31일 출국한다. 이들은 세르비아에서 전지훈련 중이던 이다영과 안혜진의 대타로 결정되자마자 대한배구협회를 통해 러시아행 비자를 신청했다.

대한배구협회는 “지난 주말동안 관련구단 및 러시아대사관과 긴급히 연락해 비자를 신청했다. 30일까지 비자가 나온다는 확약을 받고 30일 오후까지 선수들을 인천국제공항에 나오라고 알렸다”고 했다.

예정대로 비자가 나오면 선수들은 31일 새벽 1시45분에 모스크바행 비행기를 탄다. 아직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았던 팀 닥터가 이들과 칼리닌그라드까지 동행한다. 이다영의 아킬레스건 일부파열, 안혜진의 손가락 부상과 과호흡 증세 등의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전지훈련을 마친 대표팀은 30일 세르비아에서 모스크바를 거쳐 칼리닌그라드로 이동한다. 이때 이다영과 안혜진은 따로 귀국행 비행기를 탄다. 선수보호를 위해 통역이 함께한다. 3명의 한국도착은 31일이고 통역은 다시 칼리닌그라드로 돌아가야 한다.

대표팀은 27일 세르비아와의 첫 연습경기 도중 이다영이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하자 긴급히 현지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다. 현지 의료진들은 전치 3주의 진단을 내렸다. 그 판단이 맞는다면 대륙간예선전 출전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다영은 출전할 수 있다고 라바리니 감독에게 고집을 부렸다. 현대건설 측은 “그동안 고생해서 대표팀 주전세터 자리를 차지했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기에 참고 뛰겠다고 이다영 선수가 감독에게 요청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자칫하면 선수생명이 위험한 더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이번에만 기회가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이다영을 설득해 귀국하게 됐다. 발이 아픈 것보다는 선수 마음의 상처가 더 걱정된다”고 했다.

2명의 세터가 탈이 나자 대합배구협회는 바쁘게 움직였다. 긴급히 도로공사와 IBK기업은행에 연락해 이효희와 이나연의 차출을 요청했다. 마침 선수들은 외국인선수가 팀에 합류하는 8월부터의 본격적인 훈련을 앞두고 마지막 여름휴가를 떠났거나 다시 훈련을 시작한 상태였다.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은 선뜻 이효희의 대표팀 합류요청을 받아줬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배구협회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중요한 것은 선수 본인의 결정이었는데 이효희 선수가 고민한 끝에 대표팀에 합류하겠다고 했다. 필요하다면 이원정까지 세터 2명을 다 보내주려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김종민 감독은 “공을 만지는 훈련은 적었지만 충분히 체력훈련을 한 터라 몸 상태는 좋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6년 리우올림픽에 이어 다시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이효희는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는 잠결이어서 정신이 없었다. 내가 가서 팀에 도움이 될지 고민이 많았는데 감독님께서 편하게 하고 오라고 하셔서 부담을 덜었다.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지 고민이 많다. 대표팀 선수들로부터 문자와 연락을 받았다. 와서 편하게 하면 된다고 해줘서 위안이 된다”고 했다.

IBK기업은행은 김희진, 김수지, 표승주 등 3명을 차출시킨 데 이어 이나연까지 추가로 빠져 출혈이 크다. 팀에 남은 세터는 김하경뿐이다. 도로공사는 정대영, 하혜진에 이어 이효희가 팀의 3번째 대표선수가 됐다.

이처럼 두 구단의 도움으로 대표팀의 엔트리는 꾸렸지만 8월 2일 밤 11시 캐나다와의 대륙간예선 첫 경기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 걱정이 크다. 새로 대표팀에 합류한 세터들이 현지 도착 이후 고작 이틀간 시차와 싸워가며 기존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약속된 세트플레이보다는 안정적으로 공을 올려주는 플레이가 대회 초반에는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와의 첫 경기가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세터와 공격수의 호흡을 다시 맞춰야 하는 새로운 숙제는 승패의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도쿄올림픽 본선진출을 꿈꾸는 라바리니호의 운명은 이들에게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과연 이들은 전화위복의 주인공이 될까. 아니면 다른 결과를 만들까. 모든 배구팬들은 여자대표팀의 기적을 기대한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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