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배구 임도헌호의 미션 임파서블, 대륙간예선전 구상은?

입력 2019-08-05 09: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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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배구대표팀 임도헌 감독. 스포츠동아DB

한국 남자 배구대표팀 임도헌 감독. 스포츠동아DB

이번에는 남자대표팀의 도쿄올림픽 본선진출 도전이다. 그야말로 미션 임파서블이다. 세계랭킹 24위가 2위(미국), 12위(벨기에), 네덜란드(15위)를 모두 이겨야 가능한 임무다. 물론 공은 둥글고 경기는 사람이 한다. 코트에서 7명의 선수가 마음을 하나로 만들고 벤치와 선수의 신뢰만 탄탄하다면 경기결과는 누구도 모른다. 해봐야 안다.


● 남자대표팀 대륙간예선 일정은

남자배구대표팀은 2020도쿄올림픽 티켓이 걸린 대륙간예선을 위해 7일 새벽 1시55분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출국한다. B조에 속한 우리 대표팀은 9일 23시 네덜란드, 11일 2시 미국, 12일 2시 벨기에와 경기를 한다.

4팀 가운데 1위만 올림픽 본선에 나간다. 만일 우리가 어려운 임무를 성공시키면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후 20년 만에 맞이하는 한국배구의 경사다. 김호철 감독의 후임으로 새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임도헌 감독의 국제대회 데뷔전인 이번 대륙간예선전은 여러모로 낙관적이지 않다.

파워와 높이, 스피드로 무장한 서양식 배구에 밀려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잃어버린 한국남자배구이기에 1승의 목표조차 버겁다. 객관적인 지표에서 앞선 것은 하나도 없다.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임도헌 감독은 7월 18일 국가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한국배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자존심을 세우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 떨어지는 경기 감각, 대신 충분한 휴식으로 몸 상태는 좋아

7월 1일 소집된 대표팀은 그동안 차근차근 대회를 준비해왔다. 지난해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최하위를 하며 출전권을 잃어버린 터라 이번 시즌에는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덕분에 선수들은 힘든 V리그를 마치고 여유 있게 휴식을 했다. 몸 상태는 다른 어느 때보다도 좋다. 대표선수 대부분이 각자 소속팀에서 충분한 휴식과 재활, 부상치료를 마치고 대표팀에 합류했다. 덕분에 합숙훈련은 알차게 했다. 이 과정에서 초반 몸이 좋지 못했던 세터 한선수는 정상으로 돌아왔다. 다만 주공격수 문성민과 미들블로커 지태환의 무릎은 여전히 정상이 아니다. 임도헌 감독은 “재활 중이다. 상황에 따라 몇 자리만이라도 메워주면 된다”고 했다.

이번이 국가대표선수로 마지막 봉사일지도 모르는 박철우와 한선수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선수들은 전략적인 서브와 블로킹을 이용한 상대의 세트플레이 차단에 1차 목표를 뒀다. 임도헌 감독은 “예전 한국배구의 장점이었던 다양한 기술공격을 이제는 유럽의 팀들도 한다. 스피드나 파워 높이에서 모두 뒤지는 우리로서는 상대의 장점과 무턱대고 경쟁할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장점을 더 살려야 한다”고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류현진이 스피드가 아닌 컨트롤과 두뇌싸움으로 상대를 제압하듯 보다 정교하고 타이밍을 빼앗는 서브배합과 블로킹 등을 한국배구에도 도입해야 한다며 전략적인 배구를 준비해왔다.


● 임도헌 감독이 밝힌 대륙간예선전 구상

임도헌 감독이 구상하는 배구는 정교한 서브로 상대의 리시브를 최대한 무너뜨려 세트플레이를 막고 유효블로킹을 통한 랠리플레이를 만드는 것이다. 상대가 우리의 블로킹 위에서 때리는 강한 스파이크는 어쩔 수 없지만 최대한 그런 상항을 줄여서 긴 랠리를 만들면 우리에게도 승산이 있다고 봤다.

임도헌 감독은 “첫 경기인 네덜란드전이 총력전이다. 상대의 라이트공격수가 타점도 좋고 파워도 엄청나다. 우리로서는 그 쪽으로 공이 쉽게 가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결국 리시브를 하는 타이스를 잘 공략해야 한다. 강 서브도 중요하지만 짧은 서브로 우리의 유효블로킹이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봤다. 3차전 상대 벨기에는 반대로 레프트 쪽에 장점이 있다. 우리의 블로킹 벽을 최대한 그쪽으로 탄탄하게 만드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2차전 상대인 미국은 워낙 공수가 완벽한 팀이어서 마음을 비우고 우리 선수들끼리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에 목표를 두기로 했다.

대표팀은 7월 19일 우리카드를 시작으로 23일 KB손해보험, 26일 현대캐피탈, 30일 한국전력, 8월 1일 삼성화재 등과 5차례의 연습경기를 했다. 프로팀은 대표팀과 경기를 마치면 대표팀에 식사를 대접하며 선전을 부탁했다.

7일 출국을 앞두고 5일에는 최종점검 차원에서 우리카드와 다시 한번 연습경기를 한다. 만일 외국인선수 아가메즈가 출전해준다면 토종선수와는 차원이 다른 높이와 파괴력의 공격을 경험할 수 있어 도움이 될 것으로 임도헌 감독은 기대했다.

대표팀은 5일 훈련을 끝으로 준비과정을 모두 마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V리그 시즌 종료 이후 첫 국제대회라 선수들의 실전감각이 떨어지는 점은 조금 걱정이다. 임도헌 감독은 “대부분 선수들이 오랫동안 대표팀에서 활동해왔고 경험도 많아서 잘 이겨낼 것으로 본다”고 했다.

임도헌 감독이 구상하는 스타팅오더는 박철우를 라이트에서 공격의 중심역할을 하고 문성민과 허수봉은 대기한다. 레프트는 정지석 나경복 곽승석을 축으로 허수봉이 조커 역할을 한다. 미들블로커는 신영석 최민호가 먼저 출전하고 김재휘와 지태환이 상황에 따라 들어간다. 세터는 한선수와 황택의를 적절히 투입하는 것으로 훈련을 해왔다. 리베로는 정민수와 이상욱이다.

비록 여자대표팀에 가려졌지만 남자대표팀도 도쿄올림픽 진출의 꿈을 꾼다. 확률은 떨어져도 모든 사람이 같은 꿈을 꾸면 현실이 될 가능성도 있다. 지금은 냉소와 비관보다는 남자대표팀을 응원하고 희망을 빌어야 할 때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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