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대표팀. 사진제공ㅣ국제배구연맹
“이 대회를 위해 얼마나 많이 고생하고 준비한 것을 알기에 마음이 더 아픕니다. 내가 더 잘했으면, 더 잘 이끌었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자책해 보지만 결과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라면서 경기 뒤 김연경이 SNS에 올린 글에서도 패배의 쓰라림이 생생하게 드러났다.
그 결과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 앞으로 남은 아시아대륙 최종예선까지 가는 과정이 길고 험난하기에 걱정스럽다. 만일 올림픽 본선행을 확정했다면 17~25일 서울에서 벌어질 아시아선수권대회는 축제분위기에서 흥행도 성공할 수 있었다. 승패부담이 없기에 고생했던 주전선수들에게 휴식을 줘가며 어린 선수들에게 경험을 쌓아줄 좋은 이벤트였지만 그런 기회는 사라졌다.
대표팀은 6일 귀국 이후 이틀만 쉬고 다시 모여서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준비해야 한다. 사실 아시아선수권대회 8위 안에만 들면 내년 1월에 벌어지는 아시아대륙 올림픽최종예선전 출전권을 따는 상황이라 현재 우리의 실력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국제대회 일정이 빡빡하다. 9월 14~29일에 일본에서 벌어지는 국제배구연맹(FIVB)주관 월드컵에도 참가해야 한다. 아직 이 대회에 누구를 내보낼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만일 지금의 대표선수들을 모두 데리고 간다면 혹사논란과 함께 프로팀의 반발도 나올 것이다. 지금까지는 올림픽 본선진출이라는 목표가 있기에 프로팀이 전폭적으로 지원해줬지만 10월 V리그 개막을 앞두고 소속 선수들을 훈련시킬 기간은 필요하다. 5월 발리볼내이센스리그(VNL)부터 선수들을 지원해온 프로 팀들은 대한배구협회가 어떤 결정을 할지 지켜보고 있다.
경기 결과를 놓고도 많은 지적이 나온다. 한국 여자배구의 상징인 김연경 의존도를 줄여한다는 말도, 다른 공격루트를 찾아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모두 맞는 말이다. 사실 한 자리에서 연속실점하며 중요한 대회를 그르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태국과의 준결승전 때도 우리는 같은 패턴으로 연속실점을 하며 결승전에 진출하지 못했다.
결국은 한국배구 인적 인프라의 문제다. 김연경이라는 세계적인 선수가 우리와 함께 하는 것은 축복이지만 그와 손발을 맞춰줄 선수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벌써 몇 년 째 그 해결책을 말하지만 답은 아직 찾지 못했다.
어느 배구인은 중요한 공격이나 2단 연결은 외국인선수에게만 의존하는 V리그부터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전 배구는 언더핸드로도 속공을 시도했다. 다양한 공격기회를 만들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면 감독들이 싫어한다. 그냥 외국인선수에게 올리라고만 지시한다. 그러다보니 배구가 단순해지고 늘지 않는다”고 했다. 정말 V리그 시스템의 문제인지 아니면 다른 심오한 이유가 더 있는지 궁금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