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서 더 많이 채워진 순천·MG새마을금고 KOVO컵 개막행사

입력 2019-09-22 16:34: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진제공|KOVO

사진제공|KOVO

사상 처음으로 호남에서 열리는 순천·MG새마을금고 KOVO컵이 21일 화려한 막을 올렸다.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는 가운데 순천 팔마체육관에서 열린 개막전에는 2378명의 관중이 찾아 프로배구의 매력에 흠씬 빠졌다.

순천시의 시 승격 70주년을 기념해 16일 동안 남녀부 경기가 열리는 이번 KOVO컵을 앞두고 순천시와 한국배구연맹(KOVO)은 많은 것을 준비했다.

팔마체육관은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팬들을 맞이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경기장 스탠드 양쪽 상단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이었다. 특히 본부석 뒤의 전광판은 길이가 15m 이상인 초대형 고화질이었다. 이번 KOVO컵 기간동안 2개 전광판의 임대료는 무려 6000만 원이다. KOVO컵부터 비디오판독을 실시간으로 경기장의 관중에게 보여주기로 한 V리그는 이 참에 보다 생생한 경기모습, 선수들의 땀방울까지 선명하게 관중에게 전달하고자 현명한 투자를 했다. 사실 이 비용이라면 관중동원을 위해 유명가수를 초대할 수도 있었지만 1회성 행사보다는 대회기간 내내 V리그의 진정한 매력을 보여주자고 판단했다.

4억 원 이상이 투자된 밝은 LED 조명아래서 KOVO는 팔마체육관을 순천 KOVO컵의 상징인 코발트색으로 통일해 일체감을 높였다.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을 잡아줄 방송용 카메라 설치대까지 세심하게 장식했다. 그 덕분에 V리그가 열리는 기존의 경기장과 견줘도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팔마체육관을 산뜻하게 꾸미는 데만 2억1000만 원이 들어갔다. 호남 팬들에게 첫선을 보인다는 점을 감안해 경기장 개·보수 비용으로 예산 이상을 썼다. 초과된 비용은 다른 곳에서 줄인다”고 KOVO 관계자는 귀띔했다. 이처럼 대회를 거듭할수록 세련미를 더해가고 관중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새로운 경험과 감동을 주기 위해 KOVO는 노력하고 있다.

사진제공|순천시

사진제공|순천시


흥국생명-KGC인삼공사의 여자부 개막전에 앞서 열린 식전 행사도 이전과는 달랐다. 그동안 개막식에서 흔하게 보던 지방자치단체 높은 분들의 축사나 개회선언은 없었다. 미래의 V리그 선수를 꿈꾸는 순천 대석초등학교 유소년 선수들이 영상으로 대회개막을 알렸다. 신선한 시도였다. 사실 대형 스포츠 행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이때 대부분 자치단체 수장들은 그 행사를 자신의 치적을 홍보하고 이름과 얼굴을 알리는 좋은 기회로 생각한다. 그래서 간혹 정치색이 짙은 행사로 변질되고 이를 지켜보는 팬들은 세리머니를 지루해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KOVO와 순천시의 실무자들은 식전행사를 준비하면서 이런 전례를 철저히 거부했다. 물론 이것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허석 순천시장의 열린 마음이었다.

그래서 순천·MG새마을금고 KOVO컵 개막행사는 역대급으로 세련되게 보였고 많은 것이 생각나게 했다. 비우면 채워지고 욕심을 버리면 더 많은 것을 얻는다. 순천 KOVO컵 개막행사는 이를 잘 보여줬다.

순천|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