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VO컵이 시즌 경기보다 재미있는 이유들

입력 2019-09-24 16: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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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KOVO

KOVO컵은 각 팀이 정규리그를 앞두고 시즌준비 상황을 점검하는 경기다. 개막까지는 기간이 남아 있고 대표팀 차출, 외국인선수가 준비할 시간의 부족 등을 감안하기에 각 팀의 KOVO컵을 대하는 자세도 시즌과는 다르다. 하지만 반대로 이런 점 때문에 KOVO컵은 의외로 재미있는 경기가 많다.

우선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해 팬들에게 존재감을 알린다. 지난해 보령 KOVO컵은 하동의 딸 최은지(KGC인삼공사)가 최우수선수(MVP)가 되면서 많은 감동 스토리를 낳았다. 신고선수 출신에서 백조가 된 GS칼텍스 박민지, 선수가 모자라 세터자리 대신 공격수로 출전한 안혜진 등도 화제였다. 비록 인삼공사에 밀려 준우승에 그쳤지만 GS칼텍스는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하는 빠른 배구가 눈길을 끌었고, 시즌 때도 그 바람은 매섭게 이어졌다.

이번 순천·MG새마을금고 KOVO컵 여자부도 초반부터 눈여겨볼 만한 선수가 등장했다. 출전기회가 적어 배구팬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GS칼텍스 한송희, 현대건설 김다인, 흥국생명 이한비, IBK기업은행 김주향 등이 차츰 이름을 알리고 있다. 아직은 경험이 부족하다는 사령탑의 판단에 따라 출전이 적었지만, 기회가 생기자 비시즌 동안 갈고닦아온 기량을 뽐내고 있다.

새로운 볼거리는 포지션을 변경해 출전하는 선수들이다. IBK기업은행 백목화, 흥국생명 신연경은 이번이 리베로 데뷔전이다. 그동안 빼어난 수비실력과 높은 배구지능 덕분에 예쁘게 배구 잘하는 선수라고 알려졌지만 이제는 변신을 모색해야 할 때다. 신연경은 고질적인 무릎부상 여파로 공격가담이 어렵게 되자 선수생명 연장을 위해 박미희 감독이 결단을 내렸다. 베테랑 백목화도 팀의 전력을 최대로 높이기 위한 김우재 감독의 뜻에 따라 리베로가 됐다. 이들은 23일 순천 팔마체육관에서 벌어진 풀세트 혈투에서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멋진 디그로 경기를 뜨겁게 만들었다. 긴 랠리와 아기자기한 두 팀의 공방은 배구만이 보여주는 장점인데 KOVO컵은 유난히 이런 장면이 많다.

이전까지는 토종끼리의 경기여서 그렇다지만 순천 KOVO컵은 또 다르다. 외국인선수가 출전하는 가운데 많은 팀들이 다양한 공격패턴을 시도하고 있다. 현대배구를 상징하는 중앙후위공격 구사가 유난히 많아진 것도 특징이다.

흥국생명과 도로공사는 변화에 일찍 동참했다. 23일 IBK기업은행-흥국생명 경기 때는 세터가 아닌 미들블로커 김세영이 중앙에서 언더핸드로 짧게 연결한 공을 김미연이 파이프공격으로 완성하는 장면도 나왔다. 도로공사 유서연도 파이프공격이 매섭다. 외국인선수의 기량이 갈수록 떨어지는 가운데 많은 감독들은 토종선수들의 다양한 공격능력이 우승의 변수라고 생각한다.

국가대표팀 라바리니호가 시도하는 스피드배구가 차츰 프로팀에 퍼져가면서 V리그에도 변화가 오는 것이 KOVO컵에서 확인된다. 박미희 감독은 “비시즌 동안 중앙 후위공격을 많이 준비해왔다. 어떤 상황에서건 4명의 공격옵션을 만들려고 한다”고 털어놓았다. 2단 연결 상황에서 무조건 외국인선수만 바라보던 단순한 배구가 아니라 토종선수들끼리 2~3명씩 짝을 지어 다양한 패턴의 공격을 하고 높이보다는 스피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KOVO컵은 갈수록 배구 보는 맛이 좋아지고 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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